[도로 숫자 해부 ④] 포트홀: 도로 위 지뢰, 배상은 얼마나 받나

5년 3개월간 141만 건, 고속도로 배상 청구 4.5배. 내 차가 포트홀에 빠졌을 때 배상받는 절차와 영국·미국·캐나다는 얼마나 물어주는지까지 정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생활 속 경제 이야기를 숫자로 쉽게 풀어드리는 템휴입니다.

'쿵' 소리와 함께 핸들이 튀고, 잠시 뒤 계기판에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켜집니다. 포트홀을 밟아 본 운전자라면 그 순간을 압니다. 타이어 하나에 휠까지 휘면 수리비는 금세 수십만 원이 됩니다. 그런데 정작 이 비용을 도로 관리기관에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운전자가 많습니다.

3편에서 본 제설제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노면, 2편에서 본 늙은 아스팔트가 만나는 곳이 바로 포트홀입니다. 오늘은 포트홀이 얼마나 생기는지, 왜 늘어나는지, 그리고 내 차가 빠졌을 때 어디에 무엇을 내야 돈을 돌려받는지를 정리합니다. 영국·미국·캐나다가 포트홀 피해를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물어주는지도 비교했습니다.

연재 순서

  1. 대한민국 도로 11만 7천km, 누가 깔고 누가 고칠까
  2. 아스팔트는 몇 년 버티나: 재포장의 경제학
  3. 겨울 도로의 경제학: 제설
  4. 포트홀: 도로 위 지뢰, 배상은 얼마나 받나 (이번 글)
  5. 도로 위 사람들: 분홍선을 칠한 공무원

숫자로 본 포트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종양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를 전수 조사한 결과(2026년 5월 공개)와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 자료(2026년 9월 공개)를 모으면 이렇습니다.

전국 포트홀 접수141만 6,737건2021년 1월~2026년 3월, 하루 평균 약 740건(템휴 계산)
포트홀 부상 사고1,449건(2025년)2021년 529건의 약 2.7배, 조사 기간 사망 사고 2건
고속도로 도로파임(2025년)4,167건이 중 개통 20년 넘은 노후 노선에서 89.2%
고속도로 피해배상 신청(2025년)3,317건2021년 1,218건의 2.7배, 지급 배상금 34억 8,600만 원

배상 청구가 늘어나는 속도는 포트홀보다 빠릅니다. 2026년 3월 보도에 따르면 고속도로 포트홀 배상 청구는 2020년 799건에서 3,574건으로 약 4.5배 늘었고, 포트홀 발생 건수 대비 청구율도 18%에서 71.6%로 뛰었습니다. 포트홀 열 건 중 두 건꼴로 배상 청구가 들어오던 것이 일곱 건꼴로 바뀐 셈입니다.

고속도로 배상금, 신청 1건당 105만 원

2025년 고속도로 피해배상 신청 3,317건에 지급된 배상금 34억 8,600만 원을 신청 건수로 나누면 약 105만 원입니다(템휴 계산). 지급 건수는 공개되지 않아 실제로 배상을 받은 1건당 금액은 이보다 클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은 신청 대비 지급률을 공개하지 않아 '청구하면 얼마나 받는지'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아래 해외 사례와 비교되는 지점입니다.

포트홀은 왜 늘어나나

포트홀은 도로 표면의 균열로 빗물이나 눈 녹은 물이 스며들어 아스팔트가 약해진 상태에서, 차량 무게가 반복해서 가해지며 냄비(pot) 모양으로 떨어져 나가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겨울 끝 해빙기와 여름 집중호우 철에 몰립니다.

여기에 도로의 나이가 겹칩니다. 고속도로 도로파임 가운데 개통 20년이 넘은 노후 노선에서 생긴 비중은 2021년 81.0%에서 2022년 83.9%, 2023년 88.0%, 2025년 89.2%로 해마다 높아졌습니다. 노선별로는 영동선이 도로파임 873건, 피해배상 신청 1,145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부선(518건), 수도권제1순환선(477건), 서해안선(358건)이 뒤를 이었습니다. 2편에서 본 노화 곡선, '도로는 수명 끝에서 갑자기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숫자로 확인되는 대목입니다.

반대 방향의 숫자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형 도로포장 표준모델'을 적용한 뒤 2025년 1~11월 포트홀이 18,948건으로 최근 5년 같은 기간 평균(25,816건)보다 26.6%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도로를 아래층부터 튼튼하게 고치면 포트홀도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내 차가 포트홀에 빠졌다면: 배상받는 순서

법적 근거는 국가배상법 제5조입니다. 도로 같은 공공시설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어 손해가 생기면 국가나 지자체가 배상해야 합니다. 개별 공무원의 잘못을 입증할 필요는 없고, 도로 자체에 하자가 있었는지가 쟁점입니다. 다만 포트홀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크기·깊이·위치·방치 기간이 통상적인 주의를 기울인 운전자도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는지가 관건입니다.

  1. 1단계 증거 확보안전한 곳에 차를 세운 뒤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보존하고, 포트홀(깊이·폭을 알 수 있게), 사고 위치, 차량 손상 부위를 사진으로 남깁니다. 고속도로라면 출동 확인서, 경찰에 신고했다면 교통사고사실확인원도 챙깁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자료를 모두 피해자가 직접 확보해 제출해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2. 2단계 관리 주체 확인배상 신청처는 도로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1편에서 정리한 관리 주체 표가 여기서 쓰입니다(아래 표 참고).
  3. 3단계 수리와 영수증심사가 몇 달씩 걸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증거를 남긴 뒤 먼저 수리하고 견적서와 영수증을 보관합니다.
  4. 4단계 신청과 심사관리기관에 배상을 신청합니다. 국민신문고 민원 접수는 정식 국가배상 신청과 다르므로, 정식 절차가 필요하면 주소지나 사고 발생지를 관할하는 지구배상심의회에 신청합니다. 신청서에는 포트홀의 깊이와 크기를 cm 단위로, 파손 부위를 구체적으로 적으라고 안내됩니다.
  5. 대안 자차보험관리기관의 과실을 직접 입증하기 어렵다면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 담보로 먼저 수리비를 받고, 보험사가 도로 관리기관에 구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기부담금 등 보험 조건은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사고 도로배상 신청처참고
고속도로(도로공사 구간)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포장파손 피해배상 신청'민자 구간은 해당 운영사에 확인
일반국도관할 국토관리사무소(지방국토관리청)시 구역 국도는 해당 시가 관리
시·군·구도, 지방도해당 지자체 도로관리 부서지자체가 가입한 영조물배상 보험·공제로 처리되기도 함
정식 국가배상지구배상심의회주소지 또는 사고 발생지 관할

전액을 받기 어려운 이유: 과실상계

배상이 인정돼도 운전자의 과실만큼 깎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도에 소개된 판례와 분쟁 사례를 보면 운전자 과실 비율은 20%에서 80%까지 폭넓게 인정됐고, 야간 과속이나 전방 주시 소홀이 있으면 비율이 올라갑니다. 과실 비율을 낮추는 데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제한속도를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 포트홀이 물웅덩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영상이 대신 말해 줍니다.

해외는 얼마나 물어주나

나라마다 포트홀 배상의 문턱이 다릅니다. 크게 보면 한국처럼 '도로에 하자가 있었는가'를 따지는 나라, 영국·캐나다처럼 '관리기관이 정해진 점검 기준을 지켰는가'를 따지는 나라, 뉴욕처럼 '미리 신고된 구멍이었는가'를 따지는 곳으로 나뉩니다.

영국: 청구 네 건 중 한 건만 지급

영국 도로청은 도로를 유지할 의무(도로법 41조)를 지지만, 합리적인 점검 체계를 갖추고 그 체계대로 점검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도로법 58조). 연 1회 점검이 적정한 구간을 사고 5개월 전에 점검했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면해 준 판결도 있습니다.

결과는 숫자로 나타납니다. 자동차 전문지 What Car?가 정보공개 청구로 모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영국 운전자들이 낸 포트홀 배상 청구 14만 5천여 건 가운데 지급된 건 37,366건(25.7%)이었고, 평균 지급액은 347파운드였습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편차가 커서, 2020년 글로스터셔 카운티는 847건 중 17건(2%)만 지급했습니다. 영국 자동차협회 RAC가 집계한 2024년 자료도 비슷합니다. 청구 53,015건 중 13,832건(26%)만 지급됐고, 평균 지급액 390파운드는 평균 수리비 590파운드의 66% 수준이었습니다.

미국 뉴욕: '15일 전에 신고된 구멍'만 책임진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제도입니다. 뉴욕시는 1979년 일명 '포트홀 법'을 만들었습니다. 사고 최소 15일 전에 시가 그 도로 결함을 서면으로 통지받지 않았다면 시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그러자 뉴욕주 변호사단체가 '빅애플 포트홀·보도 보호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시내 도로와 보도의 결함을 지도에 표시한 뒤 해마다 시 교통국에 제출했습니다. 이 지도가 법원에서 '사전 서면 통지'로 인정되면서 시민이 아닌 변호사들이 도로 결함 지도를 그리는 독특한 풍경이 생겼습니다. 다만 2008년 뉴욕주 최고법원이 지도 속 기호가 실제 사고를 일으킨 결함을 가리켜야 통지로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지도의 효력은 크게 줄었습니다.

미국 운전자의 부담도 큽니다. 미국자동차협회(AAA) 조사에서 2022년 포트홀 때문에 차를 수리한 운전자는 약 4,400만 명으로 전년(2,800만 명)보다 57% 늘었고, 수리 1건당 평균 406달러가 들었습니다. 이들은 1년에 평균 두 번 수리를 받았습니다.

캐나다 토론토: 10일 안에, 최대 2,000달러

토론토시는 사고 후 10일 안에 온라인으로 청구해야 하고, 보상 한도는 최대 2,000캐나다달러입니다. 시가 온타리오주의 도로 최소 유지관리 기준을 지켰다면 배상 책임이 없습니다. 2025년에는 청구 2,272건 중 709건(31.2%)에 평균 726캐나다달러, 모두 51만 4,734캐나다달러를 지급했습니다. 2023년에는 청구가 4,128건이었고 2,339건에 지급했습니다. 시는 청구 건수가 겨울 날씨에 따라 해마다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토론토는 이 수치를 매년 공개 보고서로 내놓습니다.

구분배상 판단 기준지급률평균 지급액
한국도로의 설치·관리 하자(국가배상법 5조), 과실상계공개 자료 없음고속도로 신청 1건당 약 105만 원(2025, 템휴 계산)
영국합리적 점검 체계를 지켰으면 면책(도로법 58조)25.7%(2018~2021), 26%(2024)347파운드, 390파운드(2024)
미국 뉴욕시사고 15일 전 서면 통지 필요(포트홀 법)집계 공개 없음수리비 평균 406달러(AAA, 전국)
캐나다 토론토주 최소 유지관리 기준 충족 시 면책, 10일 내 청구31.2%(2025)726캐나다달러(2025)

나라마다 집계 기준과 기간이 달라 지급률과 금액을 직접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제도 구조만 놓고 보면 한국은 피해자에게 불리하지 않은 편입니다. 공무원의 과실이 아니라 도로의 상태를 따지고, 영국·캐나다처럼 '점검 기준을 지켰다'는 이유만으로 면책되는 구조도 아닙니다. 아쉬운 건 투명성입니다. 영국과 토론토는 청구 건수, 지급 건수, 평균 지급액을 공개하지만 한국은 기관별 신청 건수와 총 배상액 정도만 국정감사 때 드러납니다. 운전자가 '청구할 만한지'를 판단하려면 지급률부터 공개돼야 합니다.

정리: 숫자로 본 포트홀

  • 전국에서 하루 평균 약 740건의 포트홀이 접수되고, 포트홀 부상 사고는 4년 새 2.7배가 됐습니다. 고속도로 도로파임의 89%가 개통 20년 넘은 노선에서 생깁니다.
  • 포트홀 피해는 국가배상법 5조로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블랙박스 원본과 현장 사진, 수리 영수증을 챙겨 도로 종류에 맞는 기관에 신청하고, 입증이 어렵다면 자차보험 선처리도 방법입니다.
  • 영국은 청구 네 건 중 한 건, 토론토는 세 건 중 한 건꼴로 지급합니다. 한국은 피해자 친화적인 제도를 갖고도 지급률을 공개하지 않아 운전자가 판단할 근거가 부족합니다.

참고 자료

  • 뉴시스·조선일보·노컷뉴스, 김종양 의원 싱크홀·포트홀 전수조사(2026.5.13~14)
  • 아시아타임즈, 노후 고속도로 포트홀 경고등, 문정복 의원 한국도로공사 자료(2026.9.10)
  • 헤럴드경제, 봄철 포트홀 사고 보상 받으려면 이렇게(2026.3.14)
  • 서울특별시, 포트홀 27% 감소, 서울형 도로포장 표준모델 효과 입증(2026.1.2)
  • 로톡 법률가이드, 도로 파손·결함 사고의 영조물 책임 / 포트홀 사고 하자 인정의 조건
  • 전주지방검찰청 국가배상심의회, 국가배상신청 안내문 / 다음 뉴스, 포트홀·싱크홀 신고 방법과 배상 기준
  • What Car? 정보공개 청구 결과 보도(Yorkshire Post 등, 2021) / ITV, Gloucestershire council pothole claims(2021.6) / RAC 2024 pothole claims(Bodyshop 보도)
  • Highways Act 1980 s.41·s.58 관련 판례 및 해설(Nash v Hertfordshire CC, Walvin v Sunderland CC 등)
  • New York City Administrative Code §7-201(c)(2) 및 뉴욕주 법원 판결(D'Onofrio v City of New York 등), Big Apple Pothole and Sidewalk Protection Committee 자료
  • AAA, Potholes Pack a Punch(2023.4) / AAA Northeast(2022.3)
  • CTV News Toronto, Toronto pothole claims 2025(City of Toronto Claims Disclosure Report 인용)

본 글은 2026년 10월 1일까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배상 여부와 금액은 사고 경위와 증거, 관리기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템휴 계산'으로 표시한 값은 공개 수치로 직접 계산한 결과입니다.

이상, 템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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