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생활 속 경제 이야기를 숫자로 쉽게 풀어드리는 템휴입니다.
올해 7월 발표된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우리나라 주택은 처음으로 2,000만 호를 넘었습니다. 2,018만 1,000호 가운데 아파트는 1,328만 9,000호, 비중은 65.8%로 역대 최고입니다. 주택 3채 중 2채가 아파트인 셈입니다. 50년 전인 1975년, 이 비중은 1.9%였습니다.
1990년대 초 서울을 찾았던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한강변을 따라 끝없이 늘어선 아파트 단지를 보고 이 현상을 10년 넘게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가 2007년 국내에 나온 책 《아파트 공화국》입니다. 서구에서 아파트는 주로 서민의 집인데, 왜 한국에서는 중산층의 상징이 됐는지가 그의 질문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질문을 숫자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1. 1.9%에서 65.8%로: 50년 동안 생긴 일
| 연도 | 전체 주택 중 아파트 비중 | 그 무렵 |
|---|---|---|
| 1975년 | 1.9% | 인구주택총조사에 '아파트' 항목이 처음 생긴 해 |
| 1980년 | 7% | 강남·잠실 대단지 개발 |
| 1990년 | 22.7% | 주택 200만 호 건설, 1기 신도시 공사 한창 |
| 2000년 | 47.8% | 처음으로 단독주택을 제치고 1위 주택 유형 |
| 2010년 | 58.4% | |
| 2020년 | 62.9% | 가구 기준으로는 51.5% |
| 2025년 | 65.8% | 역대 최고, 1,328만 9,000호 |
출처: 통계청(국가데이터처) 인구주택총조사, e-나라지표 주택 현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고(2012, 1975년), 토스피드(인구주택총조사 기반 주택 재고 추이, 1980년·2020년 가구 기준). 2000년 이후는 빈집을 포함한 전체 주택 기준이며, 그 이전 수치는 집계 기준이 조금 달라 흐름을 보는 용도로 보시면 됩니다.
그래프로 그리면 1980년대 후반부터 가파르게 꺾여 올라가는 모양입니다. 1990년 22.7%이던 비중이 10년 만에 47.8%로 두 배가 넘게 뛰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속도가 느려졌지만 멈춘 적은 없습니다. 2025년 조사에서도 1년 새 아파트는 31만 5,000호 늘었고, 같은 기간 단독주택은 1만 2,000호 줄었습니다.
주택이 아니라 사는 사람으로 세어 봐도 흐름은 같습니다. 65.8%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172만 호도 들어 있어서, 아파트에 사는 가구 비율은 이보다 낮습니다. 그래도 2018년 처음으로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었고, 2025년에는 54.5%가 됐습니다.
2.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얼마나 특별한가
먼저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법으로 정해진 말입니다. 주택으로 쓰는 층수가 5개 층 이상인 공동주택만 아파트라고 부르고, 4층 이하는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으로 따로 셉니다. 해외 통계는 대부분 2~3층짜리 저층 공동주택까지 모두 '아파트(flat)'로 세는데, 한국은 5층 이상만 세고도 이 숫자가 나옵니다.
| 나라 | 공동주택 비중 | 무엇을 셌나 |
|---|---|---|
| 한국 | 65.8% | 5층 이상 아파트만, 빈집 포함 전체 주택 기준(2025) |
| 한국(가구 기준) | 54.5% | 아파트에 사는 가구 비율(2025) |
| 스페인 | 65% | 공동주택에 사는 인구 비율, 저층 포함(2024) |
| 라트비아 | 64% | 같은 기준(2024) |
| EU 평균 | 48% | 같은 기준(2024) |
| 일본 | 44.9% | 사람이 사는 주택 중 공동주택, 저층 포함(2023) |
| 미국 | 18.5% | 사람이 사는 주택 중 5가구 이상 건물(2020) |
| 아일랜드 | 약 10% | 주택형(house, 단독·연립형 포함) 거주 인구가 90%(2024) |
출처: 국가데이터처 2025 인구주택총조사, 유럽연합 통계청(Eurostat) Housing in Europe 2025(2024년 자료), 일본 총무성 2023 주택·토지통계조사,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2020 주거에너지소비조사. 나라마다 세는 기준(주택 수·가구 수·인구 수, 층수 포함 범위)이 달라 정확한 비교가 아닌 대략적인 위치로 보셔야 합니다.
저층 공동주택까지 넣은 스페인과 라트비아가 유럽 최고 수준인 64~65%이고, 일본은 44.9%, 미국은 5가구 이상 건물로 좁히면 18.5%입니다. 기준이 제각각이라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지만, 한국은 5층 이상만 세고도 유럽에서 가장 높은 나라들과 비슷한 수준이고, 빈집을 뺀 가구 기준(54.5%)으로 봐도 EU 평균보다 높습니다. 아파트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3. 아파트 공화국의 시작: 10층이 6층이 된 사연
한국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로 꼽히는 곳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대한주택공사가 지은 마포아파트입니다. 1962년 12월 1차분이 준공됐고, 1964년 2차분까지 6층짜리 10개 동, 642가구가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이 단지는 원래 엘리베이터와 중앙난방을 갖춘 10층, 11개 동, 1,158가구로 계획됐습니다. 미국 원조기관이 아파트보다 난민 구호 주택을 원하며 반대했고, 언론과 서울시도 전기·기름·물이 부족하다며 엘리베이터와 중앙난방에 반대했습니다. 결국 엘리베이터는 빠지고 6층으로 낮아졌습니다. 오늘날 50층을 넘나드는 아파트의 시작은 '엘리베이터 없는 6층'이었던 것입니다.
| 연도 | 장면 |
|---|---|
| 1930년대 | 미쿠니아파트(1930, 3층), 충정로 충정아파트(1937) 등 일제강점기 아파트 등장 |
| 1958년 | 종암아파트, 정부 수립 후 민간이 지은 첫 아파트(152가구) |
| 1962년 | 마포아파트, 첫 단지형 아파트(1964년까지 6층 10개 동, 642가구) |
| 1970년 | 한강맨션, 중앙난방을 갖춘 첫 고급 아파트 |
| 1970년 4월 8일 | 와우아파트 붕괴, 33명 사망(국가기록원 기준) |
| 1977년 | 아파트 청약 제도 시작 |
| 1988년 | 주택 200만 호 건설 계획 발표 |
| 1991년 |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첫 입주 |
출처: 국가기록원 '기록으로 보는 한국 아파트',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 프레시안(2024.4.26, 마포아파트), 서울신문(2014.3.10),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와우아파트 붕괴 사고), 비즈워치(2024.9.24), 한국경제 생글생글(2018.10.5). 최초의 아파트는 기준에 따라 이견이 있습니다. 충정아파트는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지만 2022년 철거가 결정됐습니다. 종암아파트 준공 연도는 자료에 따라 1958년 또는 1959년, 와우아파트 사상자는 자료에 따라 34명 사망·40명 부상으로도 나옵니다.
1970년 4월 8일 아침의 와우아파트 붕괴는 한국 아파트 역사의 가장 어두운 장면입니다. 1969년 6월 착공해 6개월 만인 12월에 완공한 5층 아파트가 넉 달 만에 무너져 33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습니다. 공사비는 서울시가 책정한 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기둥 하나에 철근 70개가 필요한 자리에 5개만 들어갔다는 조사가 남아 있습니다. 이 사고로 서민용 '시민아파트' 사업은 사실상 막을 내렸고, 이후 아파트의 중심은 한강맨션처럼 중산층을 겨냥한 단지와 반포·잠실·압구정 대단지로 옮겨 갑니다.
4. 왜 하필 아파트였나: 네 개의 숫자
| 숫자 | 의미 |
|---|---|
| 16.7%와 92.1% | 국토의 16.7%인 도시지역에 인구의 92.1%가 산다(2025년 말).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을 담을 방법이 필요했다. |
| 2억 원과 100개 | 1977년 3월 여의도 목화아파트 추첨에 한 투기꾼이 2억 원을 들고 청약 100개를 넣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해 8월 청약 제도가 만들어졌다. |
| 200만 호 | 1988년 발표된 주택 200만 호 건설 계획. 1989년 개발이 시작된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5곳에 30만 가구 가까운 아파트가 들어섰다. |
| 54.5% | 아파트에 사는 가구 비율(2025년). 같은 단지·같은 평형이면 가격 비교가 쉬워, 아파트는 가장 사고팔기 쉬운 자산이 됐다. |
출처: 국토교통부 2025년 도시계획현황(한경비즈니스 2026.8.20), 비즈워치(2024.9.24, 청약 제도 도입 배경), 한국경제 생글생글(1기 신도시), 국가데이터처 2025 인구주택총조사(KDI 경제정보센터). 1기 신도시 가구 수는 자료에 따라 28만~29만 가구로 차이가 있습니다.
줄레조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아파트는 권위주의 정부, 대기업 건설사, 그리고 새로 생겨난 중산층이 서로의 이익을 맞춘 결과라는 것입니다. 정부는 빠르게 많은 집을 공급할 수 있었고, 건설사는 대규모 사업으로 성장했고, 중산층은 아파트를 사서 자산을 불렸습니다. 그는 한국의 아파트 단지를 짧은 기간에 몰아서 이룬 근대화의 상징으로 봤습니다. 서구에서 대규모 공공 아파트 단지가 저소득층 주거로 굳어진 것과 정반대의 길입니다.
5. 같은 나라 안에서도 87%와 32%
아파트 공화국의 농도는 지역마다 다릅니다. 시도별 수치가 자세히 나온 2023년 조사로, 아파트에 사는 가구 비율을 보면 이렇습니다.
| 지역 |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 | 특징 |
|---|---|---|
| 세종 | 87.1% | 계획도시, 전국 최고 |
| 광주 | 81.5% | 광역시 중 최고 |
| 대전 | 75.6% | |
| 전국 평균 | 53.1% | 2025년에는 54.5% |
| 제주 | 31.6% | 전국 최저, 단독주택 비중 높음 |
출처: 통계청 2023 인구주택총조사(스마트투데이 보도). 거주 가구 기준이라 주택 수 기준 비중(65.8%)과는 다릅니다.
신도시로 처음부터 계획된 세종은 10가구 중 9가구 가까이가 아파트에 삽니다. 반대로 제주는 3가구 중 1가구 정도입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아파트 공화국의 농도가 세 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6. 다음 숫자: 30년 넘은 아파트 295만 호
아파트 공화국은 이제 나이를 먹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지은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295만 3,000호로, 전체 아파트의 22.2%입니다.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주택으로 넓히면 30년 넘은 집이 618만 호, 30.6%로 처음 30%를 넘었습니다.
이 숫자는 앞으로 더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1990년 22.7%이던 아파트 비중이 2000년 47.8%로 뛰던 시기, 그러니까 200만 호 건설과 1기 신도시 시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이제 차례로 30년 문턱을 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에 대량으로 지은 아파트가 2020년대에 대량으로 늙는 것은 정해진 순서입니다. 재건축, 리모델링, 노후 단지 관리비 같은 이야기가 뉴스에 점점 더 자주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템휴 해석 | 한국의 아파트는 집이면서 표준화된 자산
한국에서 아파트가 이렇게 많아진 것은 땅이 좁아서만은 아닙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면 시세를 쉽게 비교할 수 있고, 그래서 사고팔기 쉽고, 담보로 돈을 빌리기도 쉽습니다. 아파트는 사는 곳이면서 동시에 가장 표준화된 자산이 됐습니다. 아파트 비중 65.8%는 주거 형태의 숫자이면서, 우리 가계 자산이 어디에 얼마나 몰려 있는지를 보여 주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템휴의 정리
오늘의 숫자: 2025년 전체 주택 2,018만 1,000호 중 아파트 1,328만 9,000호, 65.8%로 역대 최고. 1975년에는 1.9%였습니다.
세계 속 위치: 5층 이상만 아파트로 세는데도 65.8%(가구 기준 54.5%). 나라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저층까지 넣은 스페인·라트비아(64~65%)와 비슷하고, 일본(44.9%)·미국(5가구 이상 18.5%)보다 훨씬 높습니다.
역사: 엘리베이터 달린 10층 계획이 엘리베이터 없는 6층으로 바뀐 1962년 마포아파트에서 시작해, 와우아파트 붕괴(1970), 청약 제도(1977), 200만 호 건설(1988)을 거쳤습니다.
지역: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은 세종 87.1%, 제주 31.6%(2023).
다음 과제: 30년 넘은 아파트 295만 3,000호(22.2%). 1990년대 대량 공급분이 차례로 30년을 넘기면서 이 숫자는 빠르게 커질 전망입니다.
50년 전 1.9%이던 숫자가 65.8%가 되는 동안, 아파트는 집의 한 종류에서 한국인의 생활 방식 그 자체가 됐습니다. 다음 50년의 질문은 얼마나 더 짓느냐가 아니라, 이미 지은 1,300만 호를 어떻게 고쳐 쓰고 다시 짓느냐가 될 것입니다.
이상, 템휴 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