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활 속 경제 이야기를 숫자로 쉽게 풀어드리는 템휴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사과와 배 가격을 보면 "농부는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그런데 정작 산지에서는 "이제야 겨우 인건비를 건진다"는 말이 나옵니다. 소비자는 비싸다고 하고 생산자는 남는 게 없다고 하면, 그 차액은 어디로 갔을까요.
오늘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유통실태조사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사과 1kg 소비자가 1만 원이 생산자·출하·도매·소매 단계로 어떻게 나뉘는지 계산해 보고, 그 중간에 자리 잡은 가락시장 도매법인(경매법인) 3대장의 실적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1. 사과 1kg 1만 원, 단계별로 나누면
aT의 2023년 농산물 유통실태조사 기준으로 사과의 유통비용률은 52.3%입니다. 소비자가 1만 원을 내면 농가에는 47.7%, 즉 4,770원이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농산물 전체 평균(49.2%)보다 사과가 조금 더 높습니다.
52.3%를 단계별로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단계 | 비율 | 1만 원 중 금액 | 주요 내용 |
|---|---|---|---|
| 농가 수취 | 47.7% | 4,770원 | 생산비·인건비·농가 이윤 |
| 출하 단계 | 11.3% | 1,130원 | 선별·포장·운송·상하차 |
| 도매 단계 | 26.7% | 2,670원 | 도매법인 위탁수수료, 중도매인 마진 |
| 소매 단계 | 14.3% | 1,430원 | 매장 운영비, 폐기 손실, 소매 마진 |
※ 출처: aT 2023년 주요 농산물 유통실태조사(사과), 시사IN 2026년 1월 보도 인용. 단계 구분은 aT 조사 기준이며, 실제 유통경로(직거래·온라인·대형마트 직매입)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첫째, 사과의 도매 단계 비용률 26.7%는 농산물 전체 도매 단계 평균(14.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습니다. 2023년 이후 경매가가 오르면서 수수료와 중도매인 이윤이 함께 커진 영향입니다.
둘째, 유통비용 52.3%를 성격별로 보면 직접비(포장·하역·운송·수수료) 18.6%, 간접비(임대료 등) 6.3%, 이윤 27.4%입니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윤'이 소비자가의 4분의 1을 넘습니다.
2. 농가 몫 4,770원은 순수익이 아닙니다
통계상 농가 수취율 47.7%는 '낙찰가에서 출하 비용을 뺀 금액'입니다. 여기서 다시 비료·농약·인건비·시설비를 빼야 농가 순수익이 나옵니다.
실제 사례를 하나 보겠습니다. 2025년 12월 경북 예천의 한 사과 농가가 안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공판장에 사과를 출하했을 때, 낙찰가 합계는 215만 9,400원이었고 실제 입금액은 199만 2,336원이었습니다. 공판장 수수료(낙찰가의 6%) 12만 9,564원, 하역비 7,500원, 선별·상자 대여 등 기타 공제 3만 원이 빠진 결과로, 낙찰가의 약 7.7%가 도매시장 이용료로 나간 셈입니다.
여기에 밭에서 시장까지의 운송비, 포장 상자(10kg 1매 2,000원 선), 저온저장고 전기료가 더해집니다. 기후변화 이후에는 냉해 방지용 열풍기(대당 750만 원) 같은 시설 투자까지 필요해졌습니다. 전국사과생산자협회 측은 "4~5년 전 상 등급 한 상자 3만~4만 원을 받을 때도 있었고, 최근 가격에서야 인건비를 건진다"는 입장입니다.
한 가지 더 짚을 점은 '착시'입니다. 20kg 한 상자 51만 원(2025년 가을 안동청과 최고가) 같은 숫자는 백화점 선물용 특 등급 이야기이고, 다수 농가가 생산하는 상·보 등급은 같은 날 8만 원대, 3만 원대에 거래됐습니다. 사과 시장 자체가 양극화돼 있어 '사과값 폭등'이 모든 농가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3. 밭떼기와 저온저장고: 가격이 오르는 구조적 이유
사과는 생장조정제 처리를 하면 1년 가까이 저장이 가능한 대표적인 '저장 과일'입니다. 이 특성이 가격 구조를 바꿉니다.
- 포전매매(밭떼기): 산지 유통인이 수확 전에 밭 전체를 계약해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농가는 기후 리스크를 넘기는 대신 확정 현금을 받고, 유통인은 물량에 대한 가격 결정력을 확보합니다. 리스크를 떠안는 대가로 차익을 얻는 구조 자체는 합리적인 거래이지만, 농가 수취가가 낮게 고정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 저온저장고 물량 조절: 대형 저장고를 가진 유통업자들은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면 출하를 늦추는 경향이 있고, 명절 직전처럼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물량을 풀어 차익을 실현합니다. 농가들도 소형 저장고를 지어 출하 시기를 조절하며 맞서고 있어, 경매제 특유의 가격 변동성이 '물량 눈치 싸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재출하 관행: 지방 도매시장에서 낙찰받은 사과를 보관하다가 가락시장 경매에 다시 내놓는 중도매인도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단계가 하나 더 늘어나면서 소비자가를 올리는 요인이 됩니다.
정리하면 명절 과일값은 기후 요인에 저장·출하 시기 조절이 더해진 결과이며, 이 과정에서 생기는 마진은 농가가 아닌 유통 단계에 쌓입니다.
4. 가락시장 도매법인: 재고 없이 수수료를 받는 구조
가락시장으로 들어온 농산물은 도매시장법인(경매법인)이 경매를 주관합니다. 이들의 수익 구조는 단순합니다.
- 농산물을 직접 매입하지 않습니다. 출하자 물량을 모아 중도매인에게 경매를 붙이는 역할만 합니다. 따라서 재고·폐기 리스크가 없습니다.
- 낙찰 금액의 4~7%를 위탁수수료로 받습니다(농안법상 상한 7%). 정률제이므로 경매 단가가 오르면 수수료 수입도 자동으로 늘어납니다.
- 가락시장 청과 부문은 1985년 개장 당시 지정된 5개 민간 법인(서울청과·중앙청과·동화청과·한국청과·대아청과)과 농협가락공판장 체제가 40년째 유지되고 있습니다. 농안법 23조는 지정 기간을 5~10년으로 정하고 있지만 실제 재지정 평가나 신규 진입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가락시장은 전국 공영도매시장 거래 물량의 약 35%를 차지하고, 여기서 형성된 경매가는 대형마트나 온라인 업체가 산지와 직거래할 때도 기준가격으로 쓰입니다. 즉 이 5개 법인이 주관하는 경매가 사실상 전국 농산물 가격의 기준점입니다.
5. 경매법인 3대장 실적 비교 (DART 감사보고서 기준)
가락시장 5개 청과 도매법인 중 순이익 규모가 큰 서울청과·중앙청과·동화청과 3개사를 비교했습니다. 5개사 모두 비상장이라 매출·영업이익이 언론에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고,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3개 법인 당기순이익 추이 (단위: 억 원)
| 법인 | 대주주 | 2020년 | 2022년 | 2023년 |
|---|---|---|---|---|
| 서울청과 | 고려제강 | 71.6 | 65 안팎 | 84 초과 |
| 중앙청과 | 태평양개발(지분 100%) | 67.1 | 67 안팎 | 68.5 |
| 동화청과 | 신라교역 | 52.5 | 62 안팎 | 66.6 |
※ 출처: 금융감독원 DART 감사보고서를 인용한 한국농정신문 보도(2021년 5월, 2024년 4월). 2022년 서울청과·중앙청과·동화청과 수치는 전년 대비 증가율에서 역산한 근사치입니다. 2024년 법인별 순이익은 서울청과·중앙청과·대아청과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보도됐으나 개별 금액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5개 법인 합산 실적 (단위: 억 원)
| 연도 | 총매출 | 영업이익 | 당기순이익 | 영업이익률 |
|---|---|---|---|---|
| 2022년 | - | - | 294.1 | - |
| 2023년 | - | - | 319.6 | - |
| 2024년 | 1,886 | 417 | 379 | 22.1% |
※ 2024년 실적은 금융감독원 자료 인용 보도(2025년 4월) 기준. 5개 법인의 최근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3.87%(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재무분석, 2024년 12월)입니다. 지방 도매시장 소속 도매법인 평균(12.48%)의 약 2배, 도소매업 평균(2.56%)의 9배 수준입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
- 2023년은 봄 냉해와 여름 폭우로 사과 생산량이 급감한 해였지만, 5개 법인 순이익은 사상 처음 300억 원을 넘겼습니다. 2024년에는 다시 18.6% 늘어 37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물량이 줄어도 단가가 오르면 정률 수수료 수입은 커지는 구조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 영업이익률 22%는 같은 농산물을 최종 판매하는 이마트(0.7%), 롯데마트(0.9%)의 20~30배입니다. 재고와 폐기 리스크를 지는 쪽과 지지 않는 쪽의 차이입니다.
- 이익의 상당 부분은 배당으로 모기업에 돌아갑니다. 2023년에는 대아청과를 제외한 4개 법인이 281억 원을 배당했고, 중앙청과는 중간배당 100억 원을 포함해 141억 원을 배당해 배당성향이 205.8%에 달했습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5개 법인의 평균 배당성향은 45.4%입니다.
- 5개 법인의 대주주는 고려제강(철강), 태평양개발(건설), 신라교역(원양어업), 호반그룹(건설), 더코리아홀딩스(컨설팅)로 모두 농산물 유통과 직접 관련이 없는 회사입니다.
이 구조를 앞의 1만 원 사과에 대입하면, 경매 낙찰가를 약 5,900원(농가 수취 4,770원 + 출하 비용 1,130원)으로 볼 때 도매법인 수수료는 약 240~410원, 소비자가의 2.4~4.1% 수준입니다. 금액 자체는 소매 마진이나 중도매인 마진보다 작지만, 재고와 날씨 리스크를 전혀 지지 않고 거래액에 비례해 확정적으로 받는다는 점에서 유통 단계 중 가장 안정적인 수익입니다.
6. 정부 개선방안과 남은 쟁점
2024년 5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핵심은 도매법인 지정 기간 만료 시 평가를 거쳐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고, 성과가 부진한 법인은 퇴출한 뒤 공모로 신규 법인을 지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규모를 2027년까지 5조 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포함됐습니다.
2025년 9월에는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도매시장의 독점 구조를 농산물 가격 불안정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고,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이 도매법인의 영업이익률과 배당 문제를 잇달아 제기했습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강서시장에서 2004년부터 운영 중인 시장도매인제입니다. 경매를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직접 수집해 소매상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 제도를 가락시장에 도입할 경우 물류비와 중도매인 이윤 등에서 연 2,422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2021년 자료). 다만 농식품부는 경매가가 가진 '기준가격'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청과류의 생산자 수취율은 약 91.8%, 로컬푸드 직매장의 유통비용률은 16.7%로 보도됐습니다. 유통 경로가 달라지면 농가 몫이 크게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7. 정리
사과 1kg 1만 원의 흐름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구분 | 금액 | 리스크 부담 |
|---|---|---|
| 농가 | 4,770원 (여기서 생산비 차감) | 기후, 작황, 가격 변동 |
| 출하 비용 | 1,130원 | 농가가 부담 |
| 도매법인 수수료 | 약 240~410원 | 없음 (정률 수수료) |
| 중도매인 마진 등 | 약 2,260~2,430원 | 재고, 가격 변동 |
| 소매 | 1,430원 | 재고, 폐기 |
농가는 가장 큰 리스크를 지고 절반 이하를 가져가며, 도매법인은 리스크 없이 거래액에 비례한 수수료를 받습니다. 도매법인의 몫이 금액상 가장 크지는 않지만, 40년간 경쟁 없이 유지된 지정 구조와 20%대 영업이익률, 모기업 배당이 결합하면서 유통 개혁의 첫 번째 표적이 된 이유는 분명합니다.
다만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명절마다 반복되는 과일값 논쟁에서 농가와 소비자 모두 만족스러운 답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경쟁, 온라인 도매시장 확대, 산지 직거래 인프라가 실제로 얼마나 농가 수취율을 높이는지는 앞으로 숫자로 확인해 볼 만한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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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도 생활 속 돈 이야기를 숫자로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의 유통비용률과 단계별 배분은 aT 2023년 유통실태조사 기준 평균값이며, 실제 농가 수취가는 품종·등급·출하 경로·출하 시기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도매법인 실적은 금융감독원 DART 감사보고서를 인용한 보도 자료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