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템휴입니다.
오늘(10월 7일) 누리호가 위성을 고도 576km에 올려놓았다는 뉴스를 보다가 한 가지가 궁금해졌습니다. 576km는 분명 우주인데, 그러면 우주는 정확히 몇 km부터일까. 비행기가 나는 10km는 하늘이고, 우주정거장이 도는 400km는 우주입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선이 있을 텐데, 그 선은 누가 그었고 왜 거기인지 찾아봤습니다. 답은 100km라는 숫자 하나에 물리학과 국제법, 그리고 헝가리 출신 비행역학자 한 사람의 이름이 걸려 있었습니다.
1. 통용되는 답: 지표면에서 100km, 카르만 라인
가장 널리 쓰이는 답은 100km입니다. 항공 기록을 공인하는 국제항공연맹(FAI)이 항공과 우주의 경계로 삼는 고도이고, 이 선을 '카르만 라인(Kármán line)'이라고 부릅니다. 100km는 시속 100km로 고속도로를 꼭 한 시간 달리는 거리입니다. 서울에서 수평으로 그만큼 가면 아직 경기도를 겨우 벗어난 정도인데, 수직으로 그만큼 올라가면 우주입니다. 우주는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그 높이에서 공기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미국 표준대기 모델로 고도별 기압을 놓으면 이렇습니다.
| 고도 | 기압 | 지표면 대비 | 그 높이에 있는 것 |
|---|---|---|---|
| 0km | 1,013hPa | 1 | 지표면 |
| 10km | 264hPa | 약 1/4 | 여객기 순항 고도 |
| 20km | 55hPa | 약 1/19 | U-2 정찰기, 성층권 기구 |
| 50km | 0.8hPa | 약 1/1,300 | 성층권 꼭대기 |
| 80km | 0.01hPa | 약 1/10만 | 중간권 꼭대기, 미국이 우주비행사를 인정하는 50마일(80.5km) |
| 100km | 0.0003hPa | 약 1/300만 | 카르만 라인 |
| 400km | — | 약 1/700억 | 국제우주정거장(ISS) |
| 576km | — | — | 오늘 누리호가 네온샛을 내려놓은 고도 |
출처: 미국 표준대기 1976(U.S. Standard Atmosphere 1976) 고도별 기압값. 80km 이상은 태양 활동에 따라 실제 값이 크게 변하는 평균 모델값입니다. 50마일 기준은 미 공군·NASA·FAA의 우주비행사 인정 고도입니다.
100km에서 기압은 지표면의 300만분의 1입니다. 그런데 이 표에서 눈여겨볼 것은 100km가 어떤 특별한 변곡점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기압은 올라갈수록 매끄럽게 줄어들 뿐, 어느 높이에서 공기가 갑자기 사라지지 않습니다. 400km를 도는 우주정거장도 아주 희박한 공기의 저항을 받아 고도가 조금씩 떨어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엔진을 켜서 다시 올려 줘야 합니다. 대기는 끝나는 곳이 없고, 그래서 우주의 시작은 '발견'이 아니라 '정하는' 문제가 됩니다.
2. 선에 이름을 준 사람: 테오도르 폰 카르만
테오도르 폰 카르만(1881~1963)은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유체역학을 공부한 공학자입니다. 1911년 물체 뒤에 소용돌이가 번갈아 생기는 현상을 수학으로 풀어냈는데, 지금도 섬 뒤편 구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카르만 소용돌이 열'이 그것입니다. 1930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로 건너가 항공연구소를 이끌었고, 그 연구소에서 갈라져 나온 조직이 지금 화성 탐사선을 만드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입니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처음 만든 미국 국가과학훈장의 첫 수상자가 그였습니다.
그가 우주의 경계를 생각한 방식은 이렇습니다. 비행기는 날개로 공기를 밀어 양력을 얻습니다. 공기가 희박해질수록 같은 양력을 얻으려면 더 빨리 날아야 하는데, 어느 높이에 이르면 양력을 만들 만큼의 속도가 궤도 속도, 그러니까 날개 없이도 지구를 도는 속도와 같아집니다. 그 위부터는 비행기가 아니라 위성입니다. 항공이 끝나고 우주가 시작되는 지점을 공기역학으로 정의한 것입니다.
다만 그 계산값은 100km가 아니었습니다. 카르만은 이 논리를 1950년대 중반에 제기했고, 동료였던 우주법학자 앤드루 헤일리가 1963년 저서 『우주법과 정부』에서 이를 정리해 약 27만 5,000피트, 84km로 계산했습니다. 국제항공연맹이 이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숫자를 기억하기 쉬운 100km로 올려 잡았습니다. 선의 이름은 카르만의 것이지만, 100이라는 숫자는 카르만의 계산이 아니라 국제항공연맹의 선택입니다.
3. 과학자들의 다른 답: 80km부터 118km까지
그래서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100km가 유일한 답이 아닙니다. 어떤 현상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경계가 달라집니다.
| 고도 | 누가 | 근거 |
|---|---|---|
| 80km (50마일) | 미 공군·NASA·FAA | 1960년대 X-15 로켓기 조종사부터 이 고도를 넘으면 우주비행사 날개 수여 |
| 약 80km | 조너선 맥도웰(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2018) | 위성은 근지점 80~90km까지는 궤도를 몇 바퀴 더 돌 수 있지만 80km 아래로 내려오면 한 바퀴를 못 버팀. 대기 구조상 중간권계면(80~86km)과도 일치 |
| 84km | 앤드루 헤일리(1963) | 카르만의 논리를 실제로 계산한 원래 값 |
| 100km | 국제항공연맹(FAI) | 항공·우주 기록 구분선. 가장 널리 통용되는 사실상의 표준 |
| 118km | 캘거리대 연구팀(2009) | 로켓 측정 결과 대기의 바람이 끝나고 우주의 하전입자 흐름이 시작되는 고도 |
| 약 160km | 실용적 하한 | 원궤도로 하루 이상 버틸 수 있는 대략적인 최저 고도. 이 아래는 위성이 금세 떨어짐 |
출처: J. McDowell, "The edge of space: Revisiting the Karman Line", Acta Astronautica(2018, arXiv:1807.07894); University of Calgary(2009) 보도자료; FAI Sporting Code; 미 FAA 상업우주비행사 인정 기준(50마일).
이 가운데 가장 논리가 단단한 쪽은 맥도웰의 80km입니다. 그는 1957년 이후 지구 궤도를 돈 위성 수만 개의 궤도 자료를 뒤져, 근지점(궤도에서 지구에 가장 가까운 점)이 80km대까지 내려간 위성도 몇 바퀴를 더 돌았지만 80km 아래로 내려간 위성은 예외 없이 그 바퀴에 떨어졌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공기 저항이 중력을 이기기 시작하는 높이가 실제 데이터로 80km 언저리라는 뜻입니다. 그가 다시 계산한 카르만의 공식도 태양 활동이 어떻든 80km에서 5km 안팎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그는 "선은 임의로 그을 것이 아니라 물리에 근거해야 한다"며 100km 대신 80km를 제안합니다.
4. 미국은 80km, 국제항공연맹은 100km: 2021년 여름의 논쟁
두 기준이 20km 차이로 공존한다는 것이 실제로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2021년 7월 11일 버진갤럭틱의 리처드 브랜슨이 자기 회사 우주비행기를 타고 고도 86km까지 올라갔다 내려왔습니다. 미국 기준으로는 우주비행사입니다. 그런데 9일 뒤인 7월 20일 블루오리진의 제프 베이조스는 뉴셰퍼드 로켓으로 107km까지 올라갔고, 블루오리진은 비행 전부터 "우리는 카르만 라인을 넘지만 저쪽은 넘지 못한다"는 비교표를 공개했습니다. 같은 주에 두 억만장자가 각각 다른 기준의 우주에 다녀온 셈입니다.
| 비행 | 날짜 | 최고 고도 | 미국 기준(80km) | FAI 기준(100km) |
|---|---|---|---|---|
| X-15 (조 워커) | 1963.8.22 | 약 108km | 우주 | 우주 |
| 스페이스십원 (마이크 멜빌) | 2004.6.21 | 100.1km | 우주 | 우주 (턱걸이) |
| 버진갤럭틱 (브랜슨) | 2021.7.11 | 86km | 우주 | 아님 |
| 블루오리진 (베이조스) | 2021.7.20 | 107km | 우주 | 우주 |
| 국제우주정거장 | 상시 | 약 400km | 우주 | 우주 |
출처: NASA X-15 비행 기록, FAA 상업우주비행사 날개 수여 기록(2004.6.21), 버진갤럭틱·블루오리진 2021년 7월 비행 발표. 스페이스십원의 2004년 6월 21일 비행 고도는 100.124km로, 100km를 124m 차이로 넘었습니다.
미국이 50마일을 쓰는 이유는 역사입니다. 1960년대 X-15 로켓 비행기 조종사들이 50마일을 넘으면 공군이 우주비행사 날개를 달아 줬고, 그 기준이 NASA와 연방항공청(FAA)으로 이어졌습니다. 2004년 스페이스십원이 민간 우주선으로 처음 100km를 넘자 FAA는 '상업 우주비행사 날개' 제도를 만들어 50마일 이상 비행한 민간인에게 수여했는데, 2021년 한 해에 우주관광객이 쏟아지자 그해를 끝으로 날개 수여를 중단하고 지금은 명단만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우주비행사라는 말이 희소성을 잃은 해였습니다.
5. 법은 아직 선을 긋지 않았다
그렇다면 국제법은 뭐라고 할까요. 놀랍게도 답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입니다. 1967년 10월 10일 발효된 우주조약은 우주는 어느 나라도 영유할 수 없고 모든 나라가 자유롭게 탐사할 수 있다고 못 박았지만, 그 우주가 어디서부터인지는 쓰지 않았습니다. 2025년 기준 당사국이 118개국이고 한국도 발효 당해에 가입했는데, 반세기 넘게 아무도 경계선 조항을 넣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아래의 규칙이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1944년 시카고협약에 따라 영공은 그 나라의 완전한 주권 아래 있습니다. 허가 없이 다른 나라 비행기가 들어오면 격추당해도 할 말이 없는 공간입니다. 반면 우주는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어디까지가 영공이고 어디부터가 우주인가'는 곧 '어느 높이부터 남의 나라 위성이 내 머리 위를 마음대로 지나가도 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유엔 우주공간평화이용위원회(COPUOS)는 1960년대부터 이 문제를 의제에 올려놓고 있지만 결론이 없습니다.
합의가 안 되는 이유는 크게 둘입니다. 하나는 우주 강국의 계산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나라들은 경계를 법으로 못 박는 순간 그 근처를 오가는 정찰기, 극초음속 무기, 재진입 비행체의 활동이 묶일 수 있다고 봐서 "경계가 아니라 활동의 성격으로 판단하자"는 입장을 고수합니다. 다른 하나는 1976년 적도 8개국이 "우리 머리 위 3만 6,000km의 정지궤도는 우리 영토"라고 주장한 보고타 선언처럼, 경계 문제가 열리면 궤도 자원 분배 문제까지 함께 열린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국제법은 비워 두고, 대신 몇몇 나라가 자국법에 선을 그었습니다. 호주는 2002년 우주활동법 개정 때 해발 100km 너머로 가는 것을 우주 발사로 정의했고(2018년 새 법에서도 유지), 덴마크(2016)와 카자흐스탄(2012)도 국내법에 100km를 적었습니다. 한국의 우주개발진흥법에는 고도 정의가 없고, 국제 관례대로 100km를 통용합니다.
6. 다시 누리호: 576km는 어디쯤인가
이제 오늘 누리호가 올라간 576km를 이 눈금 위에 놓아 봅시다. 카르만 라인의 5.8배이고, 미국 기준 80km의 7배입니다. 어느 기준으로 봐도 넉넉한 우주입니다. 다만 우주 전체에서 보면 아주 낮은 층입니다. 위성이 도는 궤도는 보통 세 층으로 나누는데, 160~2,000km를 저궤도, 그 위를 중궤도, 3만 5,786km를 정지궤도라고 부릅니다. 네온샛의 576km는 저궤도 중에서도 지구 관측 위성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500~800km 구간입니다. 가까울수록 사진이 선명하고, 너무 가까우면 공기 저항으로 금방 떨어지는 두 조건 사이의 타협점입니다.
크기를 체감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반지름 6,371km인 지구를 지름 1m짜리 공으로 줄이면, 카르만 라인은 공 표면에서 8mm 위입니다. 사과 껍질 두께쯤 됩니다. 네온샛이 도는 576km는 4.5cm, 우주정거장 400km는 3cm, 정지궤도 3만 6,000km는 2.8m 떨어진 곳입니다.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며 2편에서 1,200억 원의 값을 매긴 그 비행은, 1m짜리 지구 위 4.5cm를 올라간 일입니다. 그 4.5cm를 올라가는 데 로켓 무게 200톤 가운데 궤도에 도달한 것은 맨 위 3단과 위성 1톤 남짓뿐이고, 나머지는 연료로 타거나 바다에 떨어졌습니다. 우주가 얼마나 가까운지와 거기까지 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가 동시에 담긴 숫자입니다.
템휴의 정리
통용 기준: 국제항공연맹의 카르만 라인 100km. 시속 100km로 1시간 거리, 기압은 지표면의 300만분의 1.
이름의 주인: 테오도르 폰 카르만(1881~1963). 비행기가 날 수 없게 되는 높이를 공기역학으로 정의. 다만 동료 헤일리의 1963년 계산값은 84km였고, 100km는 국제항공연맹이 반올림한 숫자.
다른 답들: 미국 공군·NASA·FAA는 50마일(80km). 맥도웰(2018)은 위성 궤도 자료로 80km 제안. 캘거리대(2009)는 118km. 2021년 브랜슨(86km)과 베이조스(107km)가 서로 다른 기준의 우주에 다녀옴.
법의 공백: 1967년 우주조약(118개 당사국)은 경계를 정하지 않음. 영공(완전 주권)과 우주(누구의 것도 아님) 사이의 선을 유엔은 60년째 못 긋고, 호주·덴마크·카자흐스탄만 국내법에 100km 명시.
누리호의 자리: 576km는 카르만 라인의 5.8배, 저궤도 관측위성 구간. 지구를 1m 공으로 줄이면 표면에서 4.5cm.
우주는 지구에서 100km,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은 자연이 그어 준 것이 아니라 한 공학자의 계산을 국제기구가 반올림하고, 각국이 편한 대로 받아들이거나 비켜 간 결과입니다. 하늘은 어디까지 내 것이고 우주는 어디부터 모두의 것인지, 인류는 위성 1만 개를 띄우고도 아직 그 한 줄에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누리호가 넘어간 선이 100km였는지 80km였는지는 아무도 따지지 않지만, 언젠가 그 선 근처를 오가는 비행체가 많아지면 이 질문은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 숫자를 적어 둡니다. 80, 84, 100, 118. 그리고 오늘의 576.
이상, 템휴 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