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매출의 대부분은 약값이 잠시 거쳐 가는 돈입니다. 약국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조제료, 일반약 마진, 도매 결제할인 세 갈래뿐입니다. 건강보험 통계와 2026년 조제수가로 한 줄씩 계산해 봤습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서 약을 받으면 영수증에 적힌 금액을 한 번쯤 보게 됩니다. 3일치 감기약에 몇천 원, 한 달 치 혈압약에 1~2만 원. 그런데 이 돈 가운데 약국 몫은 얼마일까요? 병원 건물마다 약국 간판이 붙어 있고, 자리 좋은 약국은 권리금이 수억 원이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렇다면 약국은 도대체 얼마나 버는 걸까요?

이 글은 2편 연재의 첫 번째입니다. 1편에서는 약국으로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숫자로 따라가고, 2편에서는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 병원과 약국 사이의 돈 거래, 이른바 커미션 문제를 법과 적발 사례로 다룹니다.
먼저 결론부터
- 약국이 건강보험에서 받는 돈의 약 78%는 약값입니다. 보험약은 산 가격 그대로 청구하는 구조라 약값에서 남는 차익은 사실상 없습니다.
- 약국의 본업 수입인 조제료는 2024년 약국 1곳당 월평균 1,833만 원입니다(환자 부담분 포함, 약값 제외).
-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따져 보면 평균 수준 약국의 세전 이익은 월 1,500만 원대, 조제료가 적은 소형 약국은 월 400만 원 안팎까지 내려갑니다.
1. 약국 매출의 착시: 매출의 5분의 4는 약값
약국이 건강보험에 청구하는 돈은 크게 두 덩어리입니다. 하나는 약값(약품비), 다른 하나는 약사가 처방을 검토하고 약을 조제하고 설명해 준 대가인 조제료입니다. 심평원 진료비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1년 상반기 약국 요양급여비용 가운데 약품비가 78.41%, 조제료가 21.59%였습니다.

약값에서 왜 남는 게 없을까
보험약은 정부가 품목별 상한금액을 정하고, 약국이나 병원이 그 상한 안에서 실제로 산 가격대로 돌려받는 실거래가 상환 구조입니다. 싸게 사면 그만큼 싸게 청구해야 하니 약값에서 차익을 남기기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청구 가격이 상한금액의 99% 수준에 몰려 있어 사실상 고시가격처럼 운영된다는 연구 지적도 있습니다. 약값은 약국 통장을 거쳐 제약사와 도매상으로 빠져나가는 돈이라는 뜻입니다.
그 규모는 작지 않습니다. 2025년 건강보험 급여의약품 청구액 가운데 약국 몫이 19조 2,595억 원으로 전체의 68.1%를 차지했습니다. 약국 매출이 커 보이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약값입니다.
세무당국은 약국을 어떻게 볼까
국세청 업종별 경비율에서 약국(업종코드 523111, 의약품 및 의료용품 소매업)의 단순경비율은 83.5%입니다. 매출 100원 가운데 83.5원은 약값, 임대료, 인건비 같은 비용으로 본다는 뜻이고, 거꾸로 말하면 소득률을 16.5% 안팎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단순경비율은 소규모 사업자의 소득을 추계할 때 쓰는 기준이지만, 약국 업종의 비용 구조를 세무당국이 어떻게 보는지 가늠하는 지표로는 충분합니다. 이 숫자는 5번 항목의 시뮬레이션에서 다시 씁니다.
경비율은 귀속연도마다 소폭 조정됩니다. 본인 신고에 쓰실 때는 해당 연도 국세청 고시 원문을 확인하세요.
2. 처방전 1장에 약국이 받는 돈: 2026년 조제료 해부
약국 조제료는 5개 항목으로 이뤄집니다. 이 중 하나의 이름도 '조제료'라 헷갈리기 쉬운데, 이 글에서 그냥 조제료라고 하면 5개 항목의 합계를 뜻합니다. 2026년 약국 환산지수(점수당 단가)는 105.5원으로 전년보다 3.4원 올랐고, 1일분 기준 항목별 금액은 아래와 같습니다.

앞의 세 항목은 약국에 한 번 올 때마다 붙고, 뒤의 두 항목은 처방 일수가 길수록 늘어납니다. 그래서 처방 일수별 총 조제료는 이렇게 달라집니다.
| 처방 일수 | 2026년 총 조제료 | 비고 |
|---|---|---|
| 1일분 | 6,150원 | 5개 항목 합계 |
| 3일분 | 7,020원 | 전년 6,800원보다 220원 인상 |
| 5일분 | 7,800원 | 전년 7,550원 |
| 91일분 이상 | 20,990원 | 전년 20,310원 |
| 3일분(가루약) | 7,830원 | 가루약 조제 가산 포함 |
성인 내복약 기준. 마약류가 포함되면 금액이 조금 더 붙습니다(3일분 7,290원).
눈여겨볼 점은 처방 일수가 1일에서 91일 이상으로 90배 넘게 늘어도 조제료는 6,150원에서 20,990원으로 약 3.4배 늘어나는 데 그친다는 것입니다. 만성질환 장기 처방이 늘수록 약값 비중은 커지고 조제료 비중은 작아지는 이유입니다.
내년에는 더 오릅니다. 2027년 약국 환산지수는 3.7% 인상돼 점수당 109.4원이 되고, 3일분 조제료는 7,280원이 됩니다. 약국 수가협상 역사상 가장 높은 인상률입니다.
환자는 이 중 얼마를 낼까
일반적인 외래 환자는 약값과 조제료를 합친 금액의 30%를 약국에서 내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이 약국에 지급합니다(연령·질환에 따라 예외가 있습니다). 3일분 조제료 7,020원이라면 환자 몫은 2,100원 남짓이고, 여기에 약값의 30%가 더해집니다.
밤에 가면 약값이 30% 비싸진다?
평일 저녁 6시 이후와 토요일, 일요일·공휴일에 조제를 받으면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항목) 세 가지에 30%가 가산됩니다. 약값 전체가 30% 오르는 게 아니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3일분 기준으로 계산하면 가산되는 금액은 약 1,670원이고, 환자가 부담하는 30%로 치면 500원 안팎입니다.
3일분 조제료(항목) 2,680원은 공개된 3일분 합계 7,020원에서 방문당 항목을 빼 역산한 값입니다. 가산액은 이를 기준으로 한 추정치입니다.
3. 평균 약국은 한 달에 조제료를 얼마 벌까
건강보험공단의 2024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전국 약국 2만 5,047곳이 받은 조제료는 모두 5조 5,109억 원입니다. 약국 1곳당 연 2억 2,000만 원, 월 1,833만 원입니다. 약값을 뺀 순수 행위료이며 환자 본인부담금도 포함된 금액입니다.
| 연도 | 약국 수 | 약국 1곳당 월평균 조제료 |
|---|---|---|
| 2020년 | 23,305곳 | 1,419만 원 |
| 2021년 | 23,773곳 | 1,431만 원 |
| 2024년 | 25,047곳 | 1,833만 원 |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주요통계(약사공론 보도). 2024년 값은 총액 5조 5,109억 원을 약국 수로 나눠 교차 검증했습니다.
하루 처방전 몇 장이면 평균일까
처방전 1장당 조제료를 1만 원으로 가정하면(2021년 상반기 실제 평균은 9,590원), 월 1,833만 원은 한 달 약 1,830장, 월 25일 영업 기준 하루 약 73장입니다.
이 숫자가 흥미로운 이유가 있습니다. 약국에는 약사 1인당 하루 조제 건수가 75건을 넘으면 조제료 등을 깎아서 지급하는 차등수가제가 있습니다. 75건 이하는 100%, 75건 초과~100건 90%, 100건 초과~150건 75%, 150건 초과는 50%를 받는 구조입니다(2019년 보도 기준). 평균적인 약국은 약사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한계선 바로 아래에서 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평균이 감추는 것: 약국 양극화
평균은 어디까지나 평균입니다. 2017년 기준으로 청구액 상위 10% 약국이 전체 약국 청구액의 45%를 가져갔습니다. 상위 10% 약국은 하루 평균 200.6건을 조제해 월 청구액이 약 2억 5,700만 원이었지만, 하위 10% 약국은 하루 5.2건, 월 238만 원에 그쳤습니다.
최근에는 이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창고형 약국이 늘면서 일반약 판매 위주 약국보다 처방 조제가 안정적인 약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조제료 대비 권리금 배수도 오르는 추세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권리금 이야기는 2편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4. 진짜 마진은 일반약·건기식, 그리고 결제할인
보험약과 달리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약국 화장품은 약국이 판매가를 정하고, 사들인 가격과의 차이가 그대로 마진이 됩니다. 약국이 가격 경쟁을 하는 영역도 바로 여기입니다.
약국 전문 세무법인이 고객 약국의 부가세 신고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3년 약국 1곳당 일반약 매출은 1억 6,696만 원으로 2022년 1억 8,807만 원보다 11.2% 줄었습니다. 같은 자료에서 조제료는 2억 4,420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특정 세무법인 고객 약국 기준이라 전국 평균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조제가 늘고 일반약이 주춤하는 흐름은 읽힙니다.
마진율은 공식 통계가 없다
일반약과 건기식의 마진율은 공식 통계가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일반약은 가격 비교가 쉬워 마진이 얇고, 건기식은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다고 봅니다. 시장 환경도 달라졌습니다. 2024년 기준 허가된 일반의약품은 8,630개 품목인 반면 건강기능식품 제조 품목은 4만 1,896개로 5배 가까이 많고, 건기식 시장 규모는 4조 131억 원입니다.
여기에 창고형 약국이 대형 매장에서 영양제와 일반약을 저가에 팔기 시작하면서 동네 약국의 일반약 매출이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부터는 약국 명칭과 광고에 '창고형', '할인', '최대', '최고'처럼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오남용을 부를 수 있는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규제가 추진됐습니다.
보험약에서 합법적으로 남는 돈: 결제할인
약값에서 차익을 남길 수 없는 대신, 약국이 도매상에 약값을 빨리 결제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약사법 시행규칙상 거래일로부터 1개월 안에 결제하면 1.8%, 2개월 안이면 1.2%, 3개월 안이면 0.6%의 금융비용 할인이 허용됩니다. 제약사나 도매상이 약국에 주는 경제적 이익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이 결제할인은 법이 허용한 몇 안 되는 예외입니다. 2025년에는 복지부가 이 기간을 개별 거래일 기준으로 정확히 따지라고 하면서 결제 주기가 긴 약국들 사이에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5. 가상 약국 손익계산서: 결국 얼마가 남나
이제 숫자를 한데 모아 보겠습니다. 실제 약국 장부가 아니라, 위에서 확인한 통계에 가정치를 더한 시뮬레이션입니다. 평균 수준의 조제료를 올리는 약국(평균형)과 조제료가 적은 동네 약국(소형) 두 가지를 비교했습니다. 두 약국 모두 약사 1명과 직원 1명이 일한다고 가정했습니다.
| 항목 (월, 만 원) | 평균형 | 소형 | 근거 |
|---|---|---|---|
| 조제료 | 1,833 | 700 | 평균형은 2024년 전국 평균, 소형은 가정 |
| 약값 매출(통과분) | 6,657 | 2,542 | 조제료 × 78.41/21.59 (1번 항목의 2021년 상반기 구성비 적용) |
| 일반약·건기식 매출 | 1,000 | 600 | 가정 |
| 총매출 | 9,490 | 3,842 | |
| 조제료 수입 | 1,833 | 700 | 전액 약국 몫 |
| 결제할인 1.8% | 120 | 46 | 약값 전량 1개월 내 결제 가정 |
| 일반약 마진 30% | 300 | 180 | 가정(공식 통계 없음) |
| 매출총이익 | 2,253 | 926 | |
| 직원 인건비 | −237 | −237 | 2026년 최저임금 10,320원 × 209시간 + 사업주 4대보험 약 10% |
| 임대료 | −300 | −200 | 가정 |
| 기타 운영비 | −150 | −100 | 관리비, 카드수수료, 청구 프로그램 등 가정 |
| 세전 이익(약사 본인 몫) | 1,566 | 389 | |
| 총매출 대비 이익률 | 16.5% | 10.1% |
모든 계산은 Python으로 교차 검증했습니다. 권리금·인테리어 대출이자, 감가상각, 소득세·건강보험료, 재고 폐기 손실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숫자가 말해 주는 것
첫째, 평균형 약국의 세전 이익은 월 1,566만 원, 총매출 대비 16.5%입니다. 1번 항목에서 본 국세청 단순경비율이 전제하는 소득률 16.5%와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가정치로 짠 시뮬레이션이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참고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돈은 약사 한 사람이 주 5~6일 일한 노동의 대가이자, 수억 원의 권리금과 보증금을 묶어 둔 투자의 대가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둘째, 이익의 뼈대는 조제료입니다. 일반약 마진율을 20%로 낮추면 평균형 이익은 월 1,466만 원, 40%로 올리면 1,666만 원입니다. 마진율을 두 배로 바꿔도 이익은 100만 원씩만 움직입니다. 반면 조제료가 1,833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줄어든 소형 약국은 이익이 389만 원까지 떨어집니다. 약국의 운명이 근처 병원의 처방전 수에 달려 있다는 말이 숫자로 확인되는 대목입니다.
셋째, 이 구조가 2편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처방전 1장이 곧 수입인 구조라면, 처방전을 얻기 위해 병원에 돈을 건네고 싶은 유혹도 생기지 않을까요? 법은 이를 어떻게 막고 있고, 현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6. 약국을 이용하는 입장에서 알아 두면 좋은 것
- 같은 처방이면 조제료는 어느 약국이나 같습니다. 조제료는 건강보험 수가로 정해져 있고, 보험약 약값도 대부분 상한금액 수준에서 청구돼 약국 간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 차이는 시간대와 조제 방식에서 납니다. 저녁·주말·공휴일 가산, 가루약 조제 등이 붙으면 금액이 달라집니다. 다만 야간 가산으로 늘어나는 환자 부담은 3일분 기준 500원 안팎입니다.
- 일반약과 영양제는 약국마다 값이 다를 수 있습니다. 약국이 판매가를 정하는 영역이라 비교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 약국 매출이 크다고 약국이 많이 버는 것은 아닙니다. 매출의 대부분은 약값으로 다시 빠져나가고, 약국 간 격차는 평균이 말해 주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다음 2편에서는 병원과 약국 사이에 실제로 돈이 오가는지, 2024년 시행된 병원지원금 금지법과 최근 판결, 그리고 조제료의 30배까지 붙는 권리금의 세계를 숫자로 풀어 보겠습니다.
이상, 템휴 였습니다.
참고 자료
- 약사공론, 약국 월 평균 조제료 1833만원…약국 수 2만 5047곳 (건강보험공단 2024년 건강보험 주요통계) 링크
- 약사공론, 지난해 약국 1곳 월 평균 조제료 1431만원 (2021년 건강보험 주요통계) 링크
- 데일리팜, 처방전 1장당 조제료 9590원 (심평원 2021년 상반기 진료비 주요통계 분석) 링크
- 데일리팜, 지난해 약품비 28조 넘겨 (심평원 2025 급여의약품 청구현황) 링크
- 데일리팜, 1월부터 3일치 조제료 7020원 (대한약사회 2026년도 약국수가 조견표) 링크
- 데일리팜, 약국 내년 3일치 조제료 7280원 (2027년 환산지수 3.7% 인상) 링크
- 데일리팜, 야간·공휴일 약국 조제료 30% 가산 관련 기고 링크
- 데일리팜, 실거래가 상환제 관련 보도 링크, 심평원 연구 실거래가 청구 수준 링크
- 데일리팜, 차등수가제 기준 보도(2019) 링크
- 데일리팜, 상위 10% 약국 약제비 45% (2017년 기준) 링크, 약국 K자 양극화 심화(2026) 링크
- 데일리팜, 작년 약국 1곳당 조제수입 7% 상승…일반약은 주춤 (세무법인 분석) 링크
- 데일리팜, 일반약 10년새 8천개 감소·건기식 증가 (식약처 2025년 식품의약품통계연보) 링크
- 데일리팜, 새해 달라지는 약국 경영·제도 (명칭 규제, 최저임금 10,320원) 링크
- 데일리팜, 약국 금융비용 변경 논란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제4항) 링크
- 업종코드 523111 경비율 조회 (국세청 고시 기준) 링크
본 글은 2026년 10월 기준 공개 통계와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5번 항목의 손익계산서는 가정치를 포함한 시뮬레이션입니다. 실제 약국의 수익은 입지, 인근 의료기관, 인력 구성, 임대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