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탑 공매도 대첩: 다윗과 골리앗의 전쟁, 그리고 자본주의 카지노의 잔혹한 민낯

2021년 1월, 전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 월스트리트 한복판에서 경제학 교과서와 금융 시장의 모든 룰을 박살 내버린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른바 '게임스탑(GameStop, 티커: GME) 공매도 대첩'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풀린 막대한 유동성(재난지원금)과 수수료 무료 주식 거래 앱인 '로빈후드(Robinhood)', 그리고 레딧(Reddit)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방구석 개미 투자자들의 집단적 분노가 완벽하게 결합하여 만들어낸 현대 금융의 가장 거대하고도 기괴한 블랙 코미디였습니다.

(2021년 초. 월스트리트의 오만한 헤지펀드 매니저가 하락하는 '게임스탑(GME)' 주가 차트를 가리키며 샴페인을 들고 비웃고 있다.)

"오프라인 게임 매장 따위가 버틸 리 없지! 주가가 0원이 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공매도를 쳐라!"

(후드티를 입은 방구석 개미 투자자가 스마트폰으로 레딧(WallStreetBets) 커뮤니티의 '다이아몬드 손(Diamond Hands)' 밈을 보며 전의를 불태운다.)

"이 탐욕스러운 월스트리트 놈들이 유통 물량보다 더 많은 공매도를 쳤어! 우리가 다 같이 주식을 사서 버티면 놈들을 파산시킬 수 있다! 가즈아!!"

(분노한 수십만 명의 개미 투자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풀매수하며 거대한 군단을 이루고 있다. 화면은 초록색(상승) 빛으로 가득하다.)

"절대 팔지 마! 다이아몬드 손으로 버텨! 방구석 개미들이 뭉치면 기관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게임스탑 주가가 로켓처럼 수직으로 폭등하는 차트. 헤지펀드 매니저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식은땀을 흘리며 '마진콜(Margin Call)' 경고창을 본다.)

"말도 안 돼! 저 멍청한 개미들이 왜 주식을 안 팔고 계속 사는 거야?! 손실이 무한대로 불어나고 있잖아! 마진콜을 막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거대한 초록색 주식 화살표 아래에 헤지펀드 매니저가 깔려 짓눌리며 파산의 공포에 절규한다.)

"끄아아악! 주식을 되사야 해! 웃돈을 얼마를 주더라도 당장 갚아야 한다고! 살려줘! 파산이다!!"

(2021년 1월 28일. 스마트폰 앱(로빈후드) 화면에서 'BUY(매수)' 버튼이 말 그대로 뽑혀 사라진 것을 본 개미 투자자가 극대노하며 소리친다.)

"뭐야?! 거래소 앱에서 아예 '매수 버튼'을 지워버렸다고?! 우리보고 주식을 팔기만 하라고?! 이런 미친 조작이 어딨어!!"

"금융 역사상 최초로 흩어진 개미들이 억만장자 기관을 코너로 몰아넣은, 가장 위대하고 짜릿한 다윗과 골리앗의 전쟁이었습니다."

"하락에 베팅한 자들이 주가가 오를 때 강제로 주식을 비싸게 되사야만 하는 현상. 이른바 '숏 스퀴즈(Short Squeeze)'의 교과서적 폭발이었죠."

"하지만 카지노 주인이 돈을 잃게 생기자, 그들은 '자유 시장'이라는 가면을 벗어 던지고 아예 게임기 플러그를 뽑아버렸습니다."

"명심하세요. 개미들이 승리했다고 취해있을 때, 월가는 언제나 룰을 바꿀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기득권의 카지노에서 완전한 승리란 애초에 환상일 뿐입니다."

📖 실화 비하인드 스토리 해설 (Expert Column)

그들의 타깃은 시대에 뒤떨어져 폐업 위기에 몰려 있던 오프라인 비디오 게임 소매점 '게임스탑'이었고, 그들의 적은 이 회사의 파산에 수십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판돈을 걸고 공매도(Short Selling) 폭격을 퍼붓고 있던 멜빈 캐피탈(Melvin Capital)을 비롯한 월스트리트의 탐욕스러운 엘리트 헤지펀드들이었습니다.

비극의 씨앗은 헤지펀드들의 끔찍한 오만함과 수학적 맹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게임스탑의 주가가 0원으로 수렴할 것이라 100% 확신하며, 시장에 실제로 유통되고 있는 주식(Float) 수의 무려 140%가 넘는 물량을 빌려서 팔아치우는 기행을 저질렀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실제 주식보다 더 많은 주식을 가짜로 빌려와 시장에 내다 파는 이른바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ing)'에 가까운 극한의 탐욕이었습니다. 공매도의 수학적 특성상, 주가가 0원이 되면 수익은 100%로 제한되지만, 반대로 주가가 무한대로 상승하면 공매도 세력이 입어야 하는 손실액 역시 '무한대(Infinity)'로 팽창합니다. 이 치명적인 수학적 아킬레스건을 발견한 사람이 바로 '포효하는 고양이(Roaring Kitty)'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던 개인 투자자 키스 길(Keith Gill)이었습니다. 그는 유튜브와 레딧을 통해 "헤지펀드들이 유통 물량보다 훨씬 많은 공매도를 쳐놓았다. 만약 우리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서 절대 팔지 않고 쥐고만 있는다면(이른바 다이아몬드 손, Diamond Hands), 공매도 만기일이 다가올 때 놈들은 시장에서 주식을 구하지 못해 무조건 천문학적인 웃돈을 주고서라도 주식을 되사야만 한다"는 심층 분석을 공유했습니다. 이 사실이 온라인을 타고 번지며, 월가 엘리트들의 돈 잔치에 평소 극도의 반감을 가지고 있던 수백만 명의 글로벌 개미 군단이 피 냄새를 맡고 게임스탑 주식으로 미친 듯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개미들이 똘똘 뭉쳐 주식과 콜옵션(Call Option)을 닥치는 대로 풀매수하자, 행동경제학과 금융 공학이 결합한 역사상 최악의 연쇄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주가가 오르자 콜옵션을 매도했던 시장 조성자(Market Maker)들이 헤징을 위해 기초 자산인 주식을 강제로 사들여야 하는 '감마 스퀴즈(Gamma Squeeze)'가 발생했고, 이에 주가가 더욱 폭등하자 손실을 견디지 못한 헤지펀드들이 파산을 면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시장가에 미친 듯이 사들여 공매도를 청산해야만 하는 끔찍한 '숏 스퀴즈(Short Squeeze)'가 연속으로 터져버린 것입니다. 불과 몇 달 전 4달러에 불과했던 게임스탑의 주가는 2021년 1월 말 장중 최고가 483달러를 돌파하며 우주로 솟구쳤습니다. 멜빈 캐피탈을 비롯한 거대 헤지펀드들은 불과 며칠 만에 수조 원 단위의 막대한 피를 흘리며 파산 직전으로 내몰렸고, 전 세계의 개미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얄팍한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억만장자 기관들을 완벽하게 짓밟아버리는 역사상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민낯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개미들의 축제가 절정에 달했던 1월 28일, 게임스탑의 주가를 강제로 붕괴시킨 것은 자유 시장의 원리나 차익 실현 매물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개미들의 무기였던 거래소 앱 '로빈후드'를 비롯한 주요 증권사들이 예고도 없이 HTS와 모바일 앱에서 게임스탑의 '매수(BUY) 버튼'을 말 그대로 삭제해버리는 전대미문의 노골적인 시장 조작을 자행한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파는 것(Sell)'만 허용되었고, '사는 것(Buy)'은 시스템적으로 완벽하게 원천 차단당했습니다. 매수세가 인위적으로 거세된 시장에서 주가는 당연히 지옥으로 곤두박질쳤고, 그 폭락의 틈을 타 숨통이 트인 헤지펀드들은 간신히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로빈후드 측은 예탁결제원(DTCC)의 막대한 증거금 요구를 맞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유동성 조치였다고 변명했지만, 전 세계의 대중들은 이것이 결국 월스트리트의 거대 자본(헤지펀드와 시장 조성자)을 보호하기 위해 기득권들이 합심하여 룰을 바꿔버린 비열한 사기극이었음을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이 게임스탑 사태가 현대의 투자자들에게 남긴 거시경제학적 팩트 폭격은 너무나도 서늘하고 잔혹합니다. 아무리 하찮은 개인들의 자본(Dumb Money)이라도 그것이 맹목적인 믿음(Meme)과 군중 심리로 결합하는 순간, 월스트리트의 고도화된 금융 공학 시스템을 단숨에 파괴할 수 있을 만큼 무서운 폭발력을 지닌다는 것을 역사상 최초로 증명한 위대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자유 시장(Free Market)'이라는 것은 결국 카지노의 주인이 돈을 잃지 않을 때까지만 허용되는 얄팍한 환상일 뿐이라는 뼈아픈 진실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당신이 투자의 룰을 완벽히 이해하고 시스템의 약점을 파고들어 잭팟을 터뜨렸다고 환호하는 그 순간, 카지노의 주인(기득권)은 그저 매수 버튼이 연결된 플러그를 뽑아버리거나 게임의 룰을 당일 아침에 바꿔버리는 방식으로 당신의 뒤통수를 무자비하게 후려칠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거대한 자본주의 생태계에서 개미들이 기관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는 순진한 착각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 그것이 바로 이 잔혹한 월스트리트 카지노의 변하지 않는 절대 법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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