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행동경제학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의 저자이자 듀크대학교의 저명한 교수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영국의 권위 있는 시사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웹사이트 정기 구독 페이지에서 아주 기상천외하고도 기괴한 가격표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당시 그 웹사이트에 제시된 1년 정기 구독권의 가격표는 총 3가지 옵션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첫째, 인터넷으로 기사를 무제한 읽을 수 있는 '온라인 정기구독(Online Subscription)'이 59달러. 둘째, 매주 우편으로 실물 잡지가 배송되는 '종이 잡지 정기구독(Print Subscription)'이 125달러. 그리고 마지막 셋째, 인터넷 기사 무제한 열람과 종이 잡지 배송을 모두 합친 '온라인+종이 잡지 패키지(Print & Web Subscription)'의 가격 역시 똑같은 125달러였습니다.
(2000년대의 한 출판사 사무실. 세련된 양복을 입은 잡지사 임원(마케터)이 하락하는 종이 잡지 매출 차트를 보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니까 비싼 종이 잡지를 아무도 안 사잖아! 마진이 제일 높은 세트 상품을 팔아야 하는데..."

(마케터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3개의 가격표를 들고 교활하게 웃는다. 그중 하나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가격이다.)
"그렇다면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바보 같은 미끼'를 하나 끼워 넣어 볼까? 하하하!"

(평범한 2000년대 직장인 구독자가 구형 CRT 모니터 앞에서 이코노미스트 구독 페이지를 보며 머리를 긁적이고 고민한다.)
"(과거 회상) 온라인 구독이 59달러, 종이가 125달러네. 흠... 종이는 너무 비싼데 그냥 싼 온라인판만 결제할까?"

(화면에 '온라인판 59달러', '종이판 125달러', '온라인+종이 세트 125달러'라는 새로운 3가지 옵션이 뜬다. 구독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 종이만 사는 게 125달러인데, 온라인이랑 종이를 다 합친 세트도 125달러라고?!"

(구독자가 잡지사 직원이 실수한 줄 알고 신나서 키보드의 'BUY' 버튼을 미친 듯이 내려친다. 입가에는 탐욕스러운 웃음이 번진다.)
"이 회사 마케팅 담당자 돌은 거 아니야?! 이건 세트 상품을 안 사면 무조건 손해지!! 당장 풀 패키지 결제!!"

"(마케터 속마음) 바보들, 그 쓸모없는 2번(종이 단독) 옵션은 처음부터 3번 세트를 팔기 위한 함정이었다!"

"인간은 자신이 가격표를 보고 수학적으로 완벽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내렸다고 착각합니다."

"아무도 고르지 않을 바보 같은 '미끼(Decoy)' 하나를 슬쩍 끼워 넣으면, 인간의 뇌는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 비교를 시작하죠."

"'비대칭적 지배 효과(Asymmetric Dominance Effect)'. 기업은 당신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이 특정 버튼을 누르도록 비교 대상을 배치할 뿐이죠."

"명심하세요. '이 가격이면 차라리 몇천 원 더 주고 저걸 사는 게 낫겠네!'라고 생각하며 결제 버튼을 누른 순간, 당신은 기업의 치밀한 함정에 정확히 걸려든 겁니다."

📖 실화 비하인드 스토리 해설 (Expert Column)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 가격표는 마케팅 담당자가 술에 취해 웹사이트를 코딩하다가 치명적인 오타를 낸 것처럼 보입니다. 두 번째 옵션인 종이 잡지 단독 구독의 가격이 125달러인데, 거기에 59달러짜리 온라인 구독권을 덤으로 얹어주는 세 번째 패키지 옵션의 가격도 동일한 125달러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바보가 두 번째 옵션을 선택하겠습니까? 돈을 똑같이 내고 혜택은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이 멍청하고 쓸모없는 두 번째 옵션은 아예 메뉴판에서 삭제하는 것이 기업의 지면 낭비를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의 대가였던 댄 애리얼리 교수는 즉각적으로 이 가격표 뒤에 숨겨진 월스트리트 엘리트들의 소름 돋는 심리 조작 기술을 간파해 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마케팅 팀은 결코 실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뇌가 가진 치명적인 인지적 결함을 정확하게 타격하기 위해,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그 완벽한 '들러리'를 고의로 메뉴판 정중앙에 배치해 두었던 것입니다.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MIT 슬론 경영대학원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유명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실제 이코노미스트의 화면과 동일하게 '3가지 옵션'을 전부 보여주고 학생들에게 하나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아무도 바보 같은 2번 옵션(종이 단독 125달러)을 고르지 않았지만, 압도적인 다수인 84명의 학생이 가장 비싼 3번 옵션(온라인+종이 세트 125달러)을 선택했습니다. 반면 가장 저렴한 1번 옵션(온라인 단독 59달러)을 고른 학생은 고작 16명에 불과했습니다. 학생들은 2번 옵션과 3번 옵션의 가격을 비교하는 순간 뇌에서 강렬한 쾌감을 느끼며 "와, 종이 잡지 가격에 온라인 구독을 완전히 공짜로 덤으로 주네! 이건 무조건 세트 패키지를 사는 게 엄청난 이득이다!"라고 스스로 합리적인 선택을 내렸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댄 애리얼리 교수는 아무도 고르지 않아서 쓸모없어 보였던 바로 그 '2번 옵션(종이 단독 125달러)' 하나만을 화면에서 쏙 삭제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학생 100명을 상대로 '온라인 단독(59달러)'과 '온라인+종이 세트(125달러)'라는 단 2가지의 선택지만을 주고 다시 고르게 했습니다. 그러자 실험 결과는 충격적일 만큼 정반대로 뒤집혀 버렸습니다. 이번에는 무려 68명의 학생이 가장 저렴한 59달러짜리 온라인 단독 구독을 선택했고, 값비싼 125달러짜리 세트를 고른 사람은 고작 32명으로 폭락해 버렸습니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던 그 바보 같은 중간 옵션 하나가 사라졌을 뿐인데,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순식간에 약 30%나 줄어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악명 높은 '미끼 효과(Decoy Effect)'이자 '비대칭적 지배 효과(Asymmetric Dominance Effect)'의 완벽한 실체입니다. 인간의 뇌는 절대적인 가치(이 물건이 125달러의 가치가 있는가?)를 스스로 계산하는 것을 극도로 귀찮아하고 어려워합니다. 대신 우리의 뇌는 항상 무언가와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가치를 가늠하려는 편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케터들은 이 치명적인 약점을 악용하여, 소비자가 원래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비싸고 마진율이 높은 타깃 상품(3번 세트)을 팔아치우기 위해, 그 상품과 비교했을 때 명백하게 열등해 보이는 가짜 미끼 상품(2번 종이 단독)을 고의로 메뉴판에 던져 놓습니다. 소비자의 뇌는 이 미끼를 무는 순간, 1번(59달러)과 3번(125달러)이라는 진짜 본질적인 가격 비교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2번을 살 바엔 똑같은 돈을 주고 혜택이 많은 3번을 사는 게 내가 똑똑한 놈이지!"라는 우월감에 취해 기업이 파놓은 덫으로 스스로 즐겁게 걸어 들어가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되는 것입니다.
이 소름 끼치는 팩트 폭격은 2000년대의 잡지 구독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오늘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신이 카드를 긁는 거의 모든 순간에 이 보이지 않는 꼭두각시 실이 매달려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사이즈 메뉴판에서 가장 작은 숏(Short) 사이즈를 굳이 숨겨두고 그란데(Grande)와 벤티(Venti)의 가격 차이를 교묘하게 좁혀 놓는 것, 영화관 팝콘의 미디엄 사이즈와 라지 사이즈 가격을 불과 500원 차이로 세팅해 두어 "에이, 500원 차이면 무조건 라지 먹는 게 개이득이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애플(Apple) 아이폰의 용량 장사에서 중간 스토리지를 없애거나 가격을 기형적으로 책정하여 최고 용량의 프로(Pro) 모델을 사도록 유도하는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이코노미스트가 썼던 '미끼 효과'의 현대적 변주에 불과합니다.
소비자로서 당신이 스스로 가성비를 꼼꼼히 따져보고 기업의 허점을 찔러 가장 유리하고 똑똑한 선택을 내렸다고 기뻐하며 결제 버튼을 누르는 바로 그 순간, 사실은 월스트리트의 데이터 과학자들과 행동경제학자들이 짜놓은 메뉴판이라는 투명한 미로 속을 헤매다 그들이 원하는 출구로 정확히 배달된 한 마리의 실험실 쥐에 불과하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카지노에서 평생을 살아가면서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가장 차갑고 잔혹한 마케팅의 본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