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11시에 열이 나면 약을 살 수 있는 곳은 편의점 4만 4천여 곳, 공공심야약국 240곳입니다. 올해 하반기, 약국 밖에서 약을 구하는 세 갈래 길이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쟁점인지 숫자로 정리했습니다.
1편과 2편에서는 약국 안의 돈을 따라갔습니다. 약국 수입의 뼈대는 처방전마다 붙는 조제료이고, 약국이 가격을 정해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곳은 일반약과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것, 그리고 병원 옆자리의 가치가 권리금 30배로 거래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편은 약국 밖으로 나가 봅니다. 편의점 상비약, 창고형 약국, 비대면진료 약 배송.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약국이 독점하던 영역의 일부를 약국 밖으로 옮기는 변화이고, 대한약사회가 2026년 9월 광화문 총궐기와 국회 앞 집회에서 내건 현안 목록에 나란히 올라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결론부터
- 편의점 상비약: 지정은 13종, 실제 판매는 11종. 2012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목록을 정부가 12월 최대 20개로 늘리는 고시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창고형 약국: 2025년 6월 처음 등장해 집계 기준에 따라 40곳에서 120곳까지 늘었습니다. 가격 조사 결과는 엇갈리고, 8월 '창고형' 명칭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 약 배송: 12월 24일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되지만 약 배송은 섬·벽지 주민 등 5개 범주에만 허용됩니다. 정부가 전체 환자로 넓히는 논의를 시작하자 약사·약대생 1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1. 밤 11시, 약을 살 수 있는 곳
약국이 문을 닫은 밤에 약이 필요하면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상비약을 파는 편의점, 그리고 밤늦게까지 여는 공공심야약국입니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 구분 | 개수 | 기준 |
|---|---|---|
| 전국 편의점 | 55,580곳 | 공정거래위원회, 2024년 5월 |
| 그중 상비약 판매 편의점 | 44,075곳 | 전체의 79% |
| 공공심야약국 | 240곳 | 보건복지부 국회 제출 자료, 2026년 9월 |
44,075 ÷ 240 = 약 184. 아래 네모 하나가 한 곳입니다. 빨간 네모 1개(공공심야약국)마다 회색 네모 184개(상비약을 파는 편의점)가 있는 셈입니다. 두 숫자의 기준 시점은 다릅니다.
공공심야약국은 2024년 4월 법제화된 뒤 국비와 지방비를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240곳 가운데 경기 62곳, 서울 34곳, 인천 20곳으로 수도권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세종은 2곳, 대전과 울산은 5곳에 그칩니다. 운영시간도 시행규칙상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로 정해져 있어, 새벽에 응급실에서 처방을 받으면 약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지방의회에서 나왔습니다.
밤의 약 수요는 실제로 큽니다. 편의점 GS25의 의약품 매출 중 57.2%가 약국이 문을 닫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에 나왔습니다.
2. 편의점 상비약 14년: 지정 13종, 판매 11종, 재검토 0회
편의점 상비약 제도는 2012년 11월 15일 시작됐습니다. 약사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복용 편의성을 따져 20개 품목 이내에서 정하도록 했고, 처음 지정된 것은 13종이었습니다.
| 효능군 | 지정 | 대표 품목 |
|---|---|---|
| 해열진통제 | 5종 | 타이레놀정 500mg 등 (2종 단종으로 실제 3종) |
| 소화제 | 4종 | 베아제정, 훼스탈골드정 등 |
| 감기약 | 2종 | 판콜에이 내복액, 판피린티정 |
| 파스 | 2종 | 제일쿨파프, 신신파스 아렉스 |
| 합계 | 13종 | 실제 판매 11종 |
'타이레놀정 160mg'과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mg'이 생산 중단돼 판매 품목이 11종으로 줄었습니다.
파는 방식에도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24시간 연중무휴 점포만 판매자로 등록할 수 있고, 같은 품목은 한 번에 한 포장만 팔 수 있으며, 12세 미만 어린이에게는 팔 수 없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목록이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고시에는 2016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3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규정이 있지만, 2017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열린 지정심의위원회 6차례 회의가 결론을 내지 못한 뒤 2019년, 2022년, 2025년의 재검토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위원회는 제산제, 지사제, 항히스타민제, 화상연고를 추가 후보로 검토했지만 약사회의 반발 속에 기존 품목을 유지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3. 12월 확대안: 무엇이 바뀌나
2026년 들어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상비약을 하반기 중 최대 20개 품목으로 늘리고, 약국과 24시간 편의점이 모두 없는 지역에서는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편의점도 상비약을 팔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복지부는 12월 지정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고 했습니다.
- 품목: 거론되는 후보는 지사제, 제산제, 화상연고, 인공눈물, 알레르기 비염약 등입니다. 정부는 성분군 단위보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개별 품목 중심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판매처: 24시간 요건만 풀어도 편의점 1만 1,505곳이 추가로 상비약을 팔 수 있다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의 계산입니다. 이 부분은 약사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 여론: 2023년 1,000명 설문에서 71.5%가 편의점에서 약을 사 본 적이 있고 62.1%가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한 시민단체 조사에서는 확대 찬성이 85.8%였습니다.
변수가 된 지사제
올해 7월에는 확대 논의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대표적인 확대 후보로 꼽히던 지사제 성분(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포타겔·스타빅 등)을 소아·청소년에게 쓰지 못하도록 허가 사항이 바뀐 것입니다. 약사 단체는 '안전한 약'으로 분류되던 약도 안전성 정보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판매 채널을 넓히기 전에 바뀐 정보를 현장에 전달할 관리 체계부터 갖춰야 한다는 근거로 이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4. 숫자로 본 상비약 시장: 생각보다 작다
이렇게 큰 갈등을 부르는 시장의 규모는 의외로 작습니다. 심평원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4년 편의점 상비약 공급액은 555억 원이었고, 심평원 2025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 기준 2025년 공급액은 511억 8,400만 원이었습니다.
| 항목 | 금액·비율 | 계산 |
|---|---|---|
| 2024년 상비약 공급액 | 555억 원 | 심평원 |
| 그중 타이레놀정 500mg | 218억 원 | |
| 그중 판콜에이 내복액 | 162억 원 | |
| 두 품목 비중 | 68.5% | 380 ÷ 555 |
| 2025년 상비약 공급액 | 511.8억 원 | 심평원 2025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 |
| 편의점 1곳당 연간 공급액 | 약 116만 원 | 511.8억 ÷ 44,075곳, 월 10만 원이 채 안 됨 |
공급액은 제약사·도매가 판매처에 공급한 금액 기준입니다. 2024년과 2025년 수치는 인용 보도가 달라 집계 기준이 같은지 확인되지 않아 증감률은 따로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편의점 수(2024년)와 공급액(2025년)의 기준 연도가 달라 1곳당 금액은 대략적인 값입니다.
상비약 시장은 사실상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두 품목이 끌고 가고, 편의점 한 곳이 1년에 들여놓는 상비약은 100만 원 남짓입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도 전체 일반약 판매액에서 편의점 상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갈등이 큰 이유는 금액보다 상징에 있습니다. 편의점 업계에는 품목 확대가 공공성과 집객의 문제이고, 약사 사회에는 약국 밖 판매가 넓어지는 선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5. 규정은 지켜지고 있나: 정부 점검과 민간 조사의 간극
확대를 둘러싼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지금 있는 규칙이 잘 지켜지느냐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숫자가 조사 주체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 조사 | 대상 | 결과 |
|---|---|---|
| 정부 현장점검 (2020~2024) | 전국 판매업소 | 위반 적발 연평균 49.8곳. 판매업소 수 대비 약 0.1% |
| 미래소비자행동 (2023년 7월) | 표본 1,050곳 | 약 95%가 1건 이상 위반(보도에 따라 94.3% 또는 95.7%). 주의사항 미게시 49.1%, 2개 이상 판매 46.5%, 24시간 미운영 5.6% |
| 대한약사회 조사 (2018년) | 표본 837곳 | 86%가 1건 이상 위반. 가장 잦은 위반은 1회 판매수량 제한 회피 |
정부 수치는 적발 건수, 민간 수치는 표본 조사의 위반율이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이 사안의 이해당사자입니다.
숫자의 성격은 다르지만, 간극이 이 정도라면 점검 체계를 의심해 볼 만합니다. 현장 보건소 관계자는 담당 인력이 적어 판매업소 점검이 사실상 1년에 한 번, 업주가 직접 쓰는 자율점검표 위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판매자격을 반납하거나 등록이 취소된 사례는 200건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찬반 양쪽의 논리가 같은 숫자에서 갈립니다. 확대 반대 쪽은 관리도 안 되는 제도의 품목부터 늘릴 수 없다고 말하고, 찬성 쪽은 관리를 강화할 일이지 품목 확대를 막을 이유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6. 창고형 약국: 1년 새 수십 곳, 정말 쌀까
창고형 약국은 2025년 6월 경기 성남의 '메가팩토리'가 문을 열면서 시작됐습니다. 대형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일반약과 영양제를 고르는 방식이라 '약국계 코스트코'로 불립니다.
몇 곳인지부터 다르다
창고형 약국은 법적 정의가 없어 개수가 집계마다 다릅니다.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정감사 답변에서 별도 정의가 없어 현황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2026년 6월 보도에서는 약 40곳이었고, 이데일리가 전국 약국 2만 5,847곳을 AI로 전수조사해 2026년 8월 20일 기준으로 분류한 결과는 120곳이었습니다.
| 이데일리 전수조사 (2026년 8월 20일 기준) | 수치 |
|---|---|
| 창고형으로 분류된 약국 | 120곳 |
| 2025년 개점 / 2026년 개점(8월 20일까지) | 27곳 / 83곳 |
| 최근 2년 안에 문을 연 비율 | 91.7% |
| 평균 면적 (일반 약국 약 18평) | 약 165평, 9배 |
| 비수도권 비중 | 52.5% |
가격 조사는 엇갈린다
창고형 약국은 일반 약국보다 20~30% 싸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그런데 비교 조사들의 결과는 한 방향이 아닙니다. 한 약국 체인이 31개 일반약 판매가를 비교한 자료에서는 창고형 약국이 일반 대형약국보다 10~29% 비싼 품목이 다수였습니다. 2026년 한 주간지의 현장 비교에서도 일부 제품은 동네 약국보다 쌌지만 차이는 수천 원 수준이었고, 온라인 최저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경우도 있었습니다. 약국 체인 자료는 이해당사자 쪽 조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창고형이면 무조건 싸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동네 약국과 규제
대한약사회가 2026년 4월 535개 약국을 조사한 결과 81.6%가 창고형 약국 문제를 심각하게 본다고 답했고, 매출 감소를 경험한 품목으로 영양제(72.8%)와 상비약(53.3%)을 꼽았습니다. 1편에서 본 것처럼 일반약과 영양제는 동네 약국이 마진을 남기는 몇 안 되는 영역이라, 이 경쟁은 약국 수익에 직접 닿습니다.
국회는 이름부터 규제했습니다. 2026년 8월 26일 '창고형', '팩토리', '최대·최고'처럼 대형 유통매장을 표방하거나 소비자를 과도하게 유인하는 명칭을 약국 이름에 쓰지 못하게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공포 3개월 뒤 시행되고, 이미 이런 이름을 쓰는 약국은 6개월 안에 바꿔야 합니다. 다만 간판만 바꾸고 영업 방식은 그대로인 약국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명칭 규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7. 12월 24일, 약이 집으로 온다?
세 번째 변화는 약 배송입니다.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한 개정 의료법이 2026년 12월 24일 시행됩니다. 이때부터 비대면진료 후 처방약을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법에 정해진 다섯 범주로 한정됩니다.
- 섬·벽지 거주자
- 장기요양 수급자
- 등록 장애인
- 감염병 환자
- 희귀질환자
정부는 동네 약국 중심으로 배송을 허용하고 비대면진료만 전문으로 조제하는 전담약국은 금지하는 하위 법령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8월 20일, 배송 대상을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넓히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과 약사단체, 플랫폼 업체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꾸리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업을 겸하지 못하게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 날짜 | 무슨 일이 있었나 |
|---|---|
| 2026년 5월 6일 | 심평원, 약국별 비대면진료 처방약 구매·조제 여부를 주 단위로 플랫폼에 제공 시작 |
| 2026년 8월 20일 | 정부, 전체 비대면진료 환자 대상 약 배송 확대 논의 착수 발표. 플랫폼 도매 겸업 금지법 국회 통과 |
| 2026년 9월 9일 | 대한약사회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민관협의체 참여 거부 |
| 2026년 9월 20일 | 광화문 전국 약사 총궐기대회, 주최 측 추산 1만여 명 |
| 2026년 9월 말 | 국회 앞 릴레이 집회. 약 배송, 상비약, 창고형 약국, 한약사 문제를 4대 현안으로 제시 |
| 2026년 12월 24일 | 비대면진료 제도화 시행. 약 배송은 5개 범주로 시작 |
입장은 셋으로 갈립니다. 약사회는 배송 중 변질, 복약지도 부실, 의약품 오남용과 의료쇼핑, 민간 플랫폼 종속을 우려합니다. 환자·소비자단체는 항암 치료로 외출이 위험한 환자나 골절로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에게 배송은 접근성의 문제라며 비대면진료가 약 수령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플랫폼 업계는 지역 약국 중심의 배송 체계를 함께 설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정부 안에서도 온도 차가 있습니다. 규제 개선을 추진하는 국무조정실과 중소벤처기업부는 적극적인 반면,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전체 확대에 추가 법 개정이 필요해 12월 시행과 동시에 넓히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약국 경제로 보면
약국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 논쟁은 2편의 권리금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약국 자리의 값은 처방전이 지나가는 동선에서 나오는데, 약이 집으로 배달되기 시작하면 그 동선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약 배송 확대가 약국의 입지 경쟁력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8. 해외는 어떻게 나눌까
해외 사례를 보면 차이는 약국 밖 판매를 허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약을 어떤 포장으로 누가 팔게 하느냐를 얼마나 세밀하게 나누느냐에 있습니다.
| 국가 | 약국 밖 판매 방식 | 눈여겨볼 점 |
|---|---|---|
| 미국 | 처방 없이 파는 약(OTC)을 슈퍼·편의점에서 판매 |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 30만 개 이상의 비처방약 제품이 유통 |
| 영국 | 처방약, 약국약, 일반판매약 3분류. 일반판매약은 슈퍼에서 약사 감독 없이 판매 | 같은 성분도 포장 단위에 따라 판매처를 나눔 |
| 일본 | 일반약을 위험도에 따라 1·2·3류로 분류. 2·3류는 등록판매자를 둔 소매점에서 판매 | 감기약·해열진통제·위장약이 2류. 2014년 일반약 인터넷 판매 전면 허용 |
| 덴마크 | 약국 밖에서 500종 이상 판매 | 구매 한도를 무제한, 소포장 1개, 18세 이상 소포장 1개의 3단계로 구분 (2023년 보도) |
영국의 16정 규칙
포장 단위로 판매처를 나누는 대표 사례가 영국입니다. 영국은 1998년 9월부터 해열진통제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을 약국 밖에서는 한 포장 16정, 약국에서는 32정까지만 팔도록 제한했습니다. 2013년 BMJ에 실린 연구는 이 조치 이후 11년여 동안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파라세타몰 과다복용 사망이 43%, 추정 765명 줄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접근성을 막지 않으면서도 대량 구매에는 약사가 관여하도록 설계한 셈입니다. 한국의 '같은 품목 1회 1개 포장' 규정도 같은 취지지만, 앞서 본 것처럼 현장에서 이 규칙이 가장 많이 어겨지고 있습니다.
한국 약값은 비싼가
약국 밖 판매 확대의 근거로 '약국 일반약이 비싸다'는 주장이 자주 나옵니다. 이에 대해 약사 단체인 약준모는 2026년 보고서에서 한국 동네 약국의 대표 일반약 11개 품목 가격을 미국·영국·일본 등 11개 고소득 국가의 인터넷 최저가와 비교한 결과, 10개 품목이 가장 싸거나 그에 가까운 수준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아세트아미노펜 500mg은 영국·독일의 일부 할인 제네릭과 미국의 대용량 자체 브랜드 제품이 더 쌌습니다. 이해당사자의 보고서라는 점을 감안해 읽을 필요가 있지만, 약값만으로 확대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는 반론의 근거로 쓰이고 있습니다.
9. 소비자가 알아 두면 좋은 것
같은 이름, 다른 약
- 타이레놀정 500mg: 편의점용은 8정, 약국용은 10정이고 성분은 같습니다.
- 판피린: 편의점의 판피린티는 해열진통·콧물 성분 위주이고, 약국의 판피린큐에는 기침·가래 성분이 더 들어 있습니다.
- 판콜: 편의점의 판콜에이와 약국의 판콜에스는 코막힘·기침 관련 성분 구성이 다릅니다.
이름이 비슷해도 증상에 맞는 약인지 상자의 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1정당 가격으로 비교하기
| 타이레놀정 500mg (2023년 3월 기준) | 판매가 | 1정당 |
|---|---|---|
| 편의점 8정 | 3,600원 | 450원 |
| 약국 10정 (인상 후 예상가) | 3,500~4,000원 | 350~400원 |
2023년 3월 제조사 공급가 인상 당시 보도 기준입니다. 현재 가격은 판매처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약국끼리도 값이 다릅니다. 2023년 부산·경남 약국 71곳 조사에서 같은 일반약의 최고가와 최저가가 최대 1.75배 차이 났습니다. 편의점, 동네 약국, 창고형 약국 어디든 포장 크기가 다르면 1정당 가격으로 바꿔 비교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밤에 약이 필요할 때
- 공공심야약국 위치와 운영 시간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포털(E-Gen)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편의점 상비약은 한 번에 같은 품목 1개만 살 수 있고, 12세 미만 어린이에게는 팔지 않습니다.
- 편의점 약을 먹은 뒤에도 증상이 이어지면 다음 날 약사나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약국 밖에서 약을 사는 길은 앞으로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그 길이 얼마나 넓어질지는 품목 수보다 관리 체계와 포장 설계 같은 세부 장치에 달려 있다는 것이 국내외 숫자가 보여 주는 결론입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4편에서는 약국에서 내는 약값 자체를 다룹니다. 같은 성분인데 오리지널과 복제약 가격이 왜 다른지, 약값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지 숫자로 풀어 보겠습니다.
이상, 템휴 였습니다.
참고 자료
- 데일리팜, 24시 무휴 상비약 판매기준 완화 논의 (공정위 편의점 수·상비약 판매 편의점 수) 링크
- 데일리팜, 공공심야약국 수도권 쏠림 심각…240곳 중 경기 62곳 (2026년 9월) 링크
- 쿠키뉴스, 공공심야약국 운영시간 확대 건의안 (2026년 4월) 링크
- 중앙일보(네이트), 편의점에서 인공눈물까지…상비약 확대 조짐 (2026년 7월) 링크
- 헤럴드경제, 지사제도 편의점에서? 정부, 상비약 확대 추진 (2024년 공급액 555억 원) 링크
- MTN, 복지부 편의점 상비약 확대 추진…500억 시장 (2025년 공급액 511억 8,400만 원) 링크
- 정책브리핑,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제3차 회의 결과 (2017) 링크
- 머니투데이(네이트), 상비약 품목 확대에 손 놓은 정부와 국회 (재검토 규정) 링크
- 약사공론, 편의점약 확대 검토, 품목 늘리고 슈퍼판매도 허용하나 링크
- 코리아데일리(중앙일보), 정부 편의점 약 20개로 확대 추진 (GS25 야간 매출 57.2%, 설문 71.5%) 링크
- 한경 생글생글, 편의점 상비약 확대 찬반 (시민단체 조사 85.8%) 링크
- 데일리팜, 지사제 등 일반약 편의점 판매 확대됐더라면 (소아 사용 제한) 링크
- 데일리팜, 남인순 의원 안전상비약 판매기준 위반 연평균 50개소 적발 링크
- 데일리팜, 안전상비약 파는 편의점 10곳 중 9곳 약사법 위반 (미래소비자행동 조사) 링크
- 데일리팜, 편의점 10곳 중 8곳 안전상비약 판매 규정 위반 (대한약사회 조사, 2018) 링크
- 코메디닷컴, 안전상비약 판매 안전하게 이뤄지고 있나 (점검 구조) 링크
- 이데일리, 창고형 약국 몰려온다 (AI 전수조사 120곳) 링크
- 의약일보, 창고형 약국 1년 만에 40곳 급증 (약사회 설문) 링크
- 약사공론, 가성비 최고라던 창고형약국…정말 쌀까 (31개 품목 비교) 링크
- 주간한국, 저렴하다고? 창고형 약국 직접 가보니 (2026) 링크
- 데일리팜, 창고형약국 명칭 불가…규제법 국회 통과 (2026년 8월 26일) 링크, 명칭 규제 시행·유예 링크
- 데일리팜, 창고형약국 표시 금지 관련 장관 국감 답변 (2025) 링크
- 뉴스1(네이트), 비대면진료 약배송 전면 확대…모든 환자로 대상 넓힌다 (2026년 8월 20일) 링크
- 헤럴드경제(네이트), 약사 1만명 거리로 나왔다 (2026년 9월) 링크
- 비즈워치, 약국 반대하는 비대면 약배송 (2026년 9월) 링크
- 데일리팜, 약사회 국회 앞 투쟁, 4대 현안 링크
- U.S. FDA, nonprescription drug products (30만 개 이상) 링크
- 약사공론, 의약품 재분류…해외 사례 (영국 3분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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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투데이, 주요국 상비약 비교 (덴마크, 2023) 링크
- Hawton et al., BMJ 2013;346:f403 (영국 파라세타몰 포장 제한 효과) 링크
- 약사공론, 한국 동네약국 OTC 해외 인터넷 최저가와 비교 (약준모 보고서) 링크
- SBS Biz, 타이레놀 약국·편의점 동시 인상 (2023년 3월) 링크
- 에스콰이어, 약국 약 vs 편의점 약 성분 비교 링크
- 데일리팜, 부산·경남 약국 71곳 일반약 가격차 1.75배 (2023) 링크
본 글은 2026년 10월 3일 기준 공개 자료와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12월 상비약 고시 개정과 약 배송 확대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 최종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의약품 정보는 일반적인 안내이며, 복용 전에는 제품 설명서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약사와 상담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