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은 병원에 커미션을 줄까? 병원지원금·담합·권리금 숫자 해부 (2026)

처방전을 대가로 병원과 약국이 돈을 주고받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런데도 '병원지원금'이라는 관행은 오래 이어졌고, 법이 강화된 지금 병원 옆 자리의 값은 권리금과 월세라는 합법적인 통로로 매겨지고 있습니다.

병원 건물 1층에는 거의 어김없이 약국이 있습니다. 진료를 마치고 내려오면 약국 문이 바로 보이고, 대부분의 환자는 그 약국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런 의심이 생깁니다. 병원이 환자를 보내 주는 대가로 약국에서 뭔가 받는 것 아닐까?

1편에서 확인했듯 약국 수입의 뼈대는 조제료이고, 조제료는 처방전 1장마다 들어옵니다. 평균적인 약국의 조제료는 월 1,833만 원이지만, 조제료가 적은 약국은 이익이 월 400만 원 안팎까지 떨어집니다. 처방전이 곧 돈인 구조라면, 처방전을 둘러싼 돈 거래가 생길 유인도 분명히 있습니다. 법은 이를 어떻게 막고 있고, 현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먼저 결론부터

  • 처방전을 대가로 약국과 병원이 경제적 이익을 주고받는 담합은 약사법상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대상입니다.
  • 2024년 1월 23일부터는 약국을 열기 전 단계에서 병원이 인테리어비나 임대료 명목으로 지원금을 요구하거나 받는 것도 처벌합니다.
  • 합법의 영역에서는 약국 권리금이 월 조제료의 30배 수준에서 거래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평균 약국이라면 5억 원대입니다.

1. 법의 대답: 처방전을 사고파는 것은 불법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사는 처방하고 약사는 조제하는 역할이 나뉘었습니다. 두 기관이 한편이 되면 분업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에, 약사법 제24조 제2항은 약국과 의료기관 사이의 담합을 유형별로 금지합니다. 약국 직원과 병원 직원도 적용 대상입니다.

담합 유형주체내용
약제비 면제약국특정 병원의 처방전을 가져온 환자에게 약제비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해 주는 행위
처방전 알선의 대가약국 → 병원처방전을 보내 준 대가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특정 약국 지시·유도병원환자에게 특정 약국에서 조제받도록 지시하거나 유도하는 행위. 환자가 요청해 지역 약국들의 이름과 위치를 종합해 안내하는 것은 예외
유사 담합양쪽위 행위와 비슷해 담합 소지가 있는 행위로 대통령령이 정한 것

약사법 제24조 제2항 요약.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제94조)과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 대상입니다.

장소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약사법은 의료기관의 시설 안이나 구내, 의료기관 시설·부지 일부를 나누거나 고쳐서 약국을 여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제20조 제5항). 대법원은 2024두34276 판결에서, 담합 가능성이 큰 약국이 새로 개설되면 인근 약국 약사가 그 개설등록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낼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처방전을 공정하게 나눠 받을 이익이 법으로 보호된다는 취지입니다.

2. 그런데도 있었던 관행, 병원지원금

법이 금지해도 현실은 달랐습니다. 새 병원이 들어서는 건물에 약국을 열려는 약사에게 병원 측이 인테리어비나 임대료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관행, 이른바 병원지원금입니다.

보도와 조사로 드러난 규모

2021년 MBC 보도에서는 온라인에 '처방전 300건에 지원비 3억 원', 서울의 한 약국 자리 '5억 원' 같은 매물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수도권의 한 약사는 개업하면서 위층 병원에 현금 6천만 원을 건넸다고 증언했고, 병원 임대료를 약국이 대신 내주거나 처방전 1건당 500~1,000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같은 해 약사 단체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이 회원들에게 받은 병원지원금 사례는 69건이었습니다.

지원금 규모사례 수비중
1억 원 이하26건37.7%
1억~2억 원22건31.9%
2억 원 이상21건30.4%
합계69건100%

약준모 회원 대상 제보·설문(2021년 4~5월). 비중은 사례 수로 계산했습니다. 표본 조사라 전체 실태를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2021년 국회에 제출된 법안 자료에 인용된 조사에서는 지원금 명목으로 인테리어 비용이 56.2%로 가장 많았고, 특별한 명목 없는 경우 42.5%, 기계설비·물품 비용 13.8% 순이었습니다(복수 응답). 병원이 요구한 금액 중 가장 큰 것은 3억 원이었습니다.

왜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같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약국과 의료기관의 담합 행위는 6건이 적발됐지만, 지원금 상납으로 적발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유는 구조에 있습니다.

  • 준 사람도 처벌받습니다. 쌍벌 구조라 돈을 요구받아 건넨 약사도 처벌 대상이 되니, 피해를 봤다고 신고하기가 어렵습니다.
  • 신고하면 약국이 더 크게 잃습니다. 담합이 인정되면 약국은 조제료뿐 아니라 약값을 포함한 약제비 전체를 환수당할 수 있어 자진신고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약사들의 설명입니다.
  • 신고 창구도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대한약사회가 2020년 1월부터 운영한 담합 신고센터에 들어온 제보는 많지 않았습니다.

3. 2024년 1월 23일, 병원지원금 금지법

이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약사법과 의료법이 함께 개정됐습니다. 2023년 12월 28일 국회를 통과해 2024년 1월 23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 개설 준비 단계까지 처벌합니다. 약국을 열려는 사람, 병원을 열려는 사람도 적용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처방 연계를 조건으로 인테리어 비용이나 병원 임대료 명목의 금품을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가 금지됩니다.
  • 받는 쪽을 명시했습니다. 의료법 제23조의5 제3항이 신설돼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가 약국 개설자로부터 처방전 제공이나 환자 유인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요구·취득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약국 쪽 제공 금지는 약사법 제24조의2에 담겼습니다.
  • 처벌과 신고 유인을 함께 뒀습니다. 위반하면 자격정지와 함께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신고·고발한 사람에게는 포상금을 주고,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사람이 자진신고하면 형을 줄이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계도 지적됩니다. 건물주가 약국 임대차 계약에서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는 것은 합법입니다. 병원지원금이 막힌 만큼 그 돈이 월세로 옮겨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법 시행 당시부터 나왔습니다.

4. 법 시행 이후 첫 대형 사건, 그리고 1심 판결

법이 바뀐 뒤 처음으로 주목받은 사건은 다이어트 처방 전문 사무장병원 사건입니다. 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약국 3곳과 독점 계약을 맺고 처방전 수익을 절반씩 나눠 16억 원을 챙겼고, 제약사로부터도 처방 유지 대가로 5억 원 상당을 받은 것으로 경찰이 조사했습니다. 병원 금고에서는 주 단위로 모아 둔 현금 봉투가 나왔고, 관련자 4명이 구속됐습니다.

2026년 9월 보도된 1심 판결에서 법원은 병원과 약국이 처방전을 매개로 수익을 나눈 구조를 인정해 주범에게 징역 2년 8개월과 추징금 6억 6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약사 사회가 주목했던 병원지원금 금지 조항은 사실상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병원들이 금지 조항 신설 전에 이미 개설돼 운영 중이었다는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습니다. 약국이 건넨 돈의 대가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앞으로 이어질 약사 재판의 쟁점으로 남았습니다.

  1. 2000년 7월의약분업 시행. 처방은 병원, 조제는 약국으로 분리
  2. 2020년 1월대한약사회, 병원지원금 담합 신고센터 운영 시작
  3. 2021년 4~5월MBC 병원지원비 실태 보도, 약준모 병원지원금 사례 69건 조사
  4. 2023년 12월 28일병원지원금 금지를 담은 약사법·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
  5. 2024년 1월 23일병원지원금 금지법 시행. 개설 준비 단계까지 처벌, 포상금·자진신고 감면 도입
  6. 2025년경찰, 다이어트 처방 사무장병원·약국·도매 리베이트 적발. 처방전 수익 절반 배분 16억 원
  7. 2026년 9월1심 판결 보도. 주범 징역 2년 8개월·추징 6억 6천만 원, 병원지원금 금지 조항은 비켜감

5. 합법의 영역: 권리금 30배의 세계

병원과 약국 사이에 직접 돈이 오가는 것은 불법이지만, 병원 옆 약국 자리의 가치 자체는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거래됩니다. 그 가격이 권리금입니다. 약국 권리금은 보통 월 조제료나 월 순수익의 몇 배인지로 매겨집니다.

2026년 6월 한 약국 컨설팅 강연에서 소개된 분석에 따르면, 최근 약국 권리금은 호가가 월 조제료의 40배까지 형성되고 실제 거래는 30배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배율은 해마다 오르는 추세입니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으로 일반약 판매 위주 약국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처방 조제가 안정적인 약국에 수요가 몰린 영향이라는 설명입니다.

평균 약국 자리는 얼마일까

구분계산금액
평균 약국 월 조제료(2024년)1편 참고1,833만 원
권리금(실거래 30배)1,833만 × 30약 5억 5,000만 원
권리금(호가 40배)1,833만 × 40약 7억 3,300만 원
회수 기간(자기자본)5억 4,990만 ÷ 1,566만약 35개월
회수 기간(5억 원 연 5% 대출)5억 4,990만 ÷ (1,566만 − 208만)약 40개월

월 1,566만 원은 1편 가상 손익계산서의 평균형 약국 세전 이익입니다. 세금, 원금 상환, 영업 변동은 반영하지 않은 단순 계산이며 Python으로 검증했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3년 남짓이면 권리금을 회수합니다. 하지만 이 계산에는 중요한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옆 병원이 지금처럼 계속 진료한다는 전제입니다.

권리금은 사실상 병원에 거는 베팅

같은 분석에서 권리금 배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소개됐습니다. 조제료 대비 월세 비중이 낮을수록 배율이 높았고, 인근 병원 대표 원장의 나이가 50대 후반을 넘으면 배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원장이 은퇴하거나 병원을 옮기면 처방전이 끊기고, 권리금의 근거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0년 운영한 약국의 권리금 7억 원을 잃은 약사가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약국 자리의 값은 약국이 아니라 병원이 만듭니다. 이 구조가 과거 병원지원금이라는 불법 관행을 낳은 토양이기도 했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만들어 내는 가치의 일부를 가져가고 싶었고, 약국 입장에서는 그 자리를 놓칠 수 없었던 것입니다.

6. 제약사·도매상과의 돈: 허용되는 것과 안 되는 것

병원만이 아닙니다. 약을 공급하는 제약사와 도매상도 약국에 경제적 이익을 줄 유인이 있습니다. 리베이트 쌍벌제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받은 약사도 처벌받습니다. 법이 허용하는 예외는 좁습니다.

구분내용판단
대금 결제할인거래일로부터 1개월 내 결제 1.8%, 2개월 내 1.2%, 3개월 내 0.6% 할인허용
도매 직원 노무 제공도매상 직원이 약국 진열을 해 주거나 조제약을 배달하는 등 약국 업무 지원위반
처방·조제 유지 대가특정 제품을 계속 쓰는 대가로 금품 수수 (4번 사건의 제약사 5억 원이 이 유형)위반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제4항, 복지부 유권해석 보도 기준.

7. 환자가 알아 두면 좋은 것

  • 처방전은 어느 약국에서나 조제받을 수 있습니다. 병원이 특정 약국을 지시하거나 유도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환자가 물어볼 때 인근 약국 여러 곳의 이름과 위치를 안내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 병원 바로 옆 약국이 담합의 증거는 아닙니다. 약국은 처방전 동선을 따라 자리를 잡는 것이 합리적이고, 그 자리의 가치는 권리금과 월세로 합법적으로 거래됩니다. 다만 병원 시설 안이나 병원과 통로로 연결된 약국 개설은 법으로 막혀 있습니다.
  • 특정 병원 환자에게만 약값을 깎아 주는 약국은 오히려 주의 대상입니다. 특정 의료기관 처방전을 가진 환자의 약제비를 면제해 주는 것 자체가 담합 유형입니다.
  • 의심 사례는 신고할 수 있습니다. 관할 보건소,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 창구를 이용할 수 있고, 병원지원금 금지법 위반 신고에는 포상금 규정이 있습니다.

마무리: 약국은 처방전 경제다

두 편에 걸쳐 약국의 돈을 따라가 보니 결론은 하나로 모입니다. 약국 매출의 대부분은 약값이 지나가는 돈이고, 약국의 진짜 수입은 처방전 1장마다 붙는 조제료입니다. 그래서 처방전을 낳는 병원 옆자리가 비싸고, 그 가치를 둘러싸고 과거에는 병원지원금이라는 불법 거래가, 지금은 권리금과 월세라는 합법 거래가 이뤄집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병원과 약국 사이의 커미션은 법으로 명확히 금지돼 있고, 2024년부터는 개설 단계의 지원금까지 처벌합니다. 과거에 그런 관행이 적지 않았다는 보도와 조사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법이 촘촘해진 지금, 그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는 권리금 배율과 월세가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상, 템휴 였습니다.

참고 자료

  1.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의료기관-약국 담합은 약사법 위반 (보건복지부 설명자료) 링크
  2. 국가법령정보센터, 약사법 제20조·제24조·제24조의2, 의료법 제23조의5 링크
  3. 대법원 2024두34276 판결 요지 링크
  4. MBC 뉴스데스크, "처방전 3백 장에 5억"…약국에 돈 뜯는 의사들 (2021) 링크
  5. 데일리팜, 약국 병원지원금 사례 보니…2억원 이상 요구 수두룩 (약준모 조사) 링크
  6. 데일리팜, 여당도 병원·약국·브로커 불법지원금 근절법안 제출 (2021) 링크
  7. 데일리팜, 실적 부진한 신고센터로 병원지원금 잡을 수 있을까 링크
  8. 이투데이, 처방 연계 조건 병원·약국 간 금품 요구·취득 금지 (2024년 1월 23일 시행) 링크
  9. 약사공론, 병원지원금 금지법 오늘 시행, 약사 자진신고 핵심 링크
  10. 데일리팜, 금고에 뭉칫돈…병원-약국 지원금 첫 처벌 사례 나오나 링크
  11. 데일리팜, 병원·약국·도매 얽힌 리베이트…병원지원금 금지법은 비켜가 (1심 판결) 링크
  12. 데일리팜, 창고형 확산 조제약국 몸값 상승…권리금만 조제료에 30배 (2026년 6월) 링크
  13. 데일리팜, 약국 금융비용 변경 논란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제4항) 링크
  14. 데일리팜, 도매직원 약품진열·조제약 배달은 약사법 위반 (복지부 해석) 링크

본 글은 2026년 10월 기준 법령, 판결 보도, 공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특정 의료기관이나 약국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글이 아니며, 개별 사안은 법률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권리금 회수 기간은 가정치를 포함한 단순 계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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