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프 섬의 보이지 않는 돌 돈(Rai)과 블록체인: 인류의 상상력이 창조한 분산 원장과 화폐의 본질에 대한 거시경제학적 고찰

태평양 서부 미크로네시아에 위치한 아름답고 작은 열대 섬 야프(Yap).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사이, 이 낯선 섬을 방문했던 영국의 민속학자들과 아일랜드계 미국인 탐험가 데이비드 오키프(David O'Keefe)를 비롯한 서구의 지식인들은 이 섬의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기상천외한 화폐 시스템을 목격하고 그야말로 엄청난 문화적, 경제적 충격에 빠졌습니다. 야프 섬의 원주민들은 우리가 아는 금, 은, 종이돈, 혹은 작은 조개껍데기가 아니라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거대한 원반 모양의 석회암 돌기둥인 이른바 '라이(Rai)' 또는 '페이(Fei)'를 화폐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라이(Rai) 돌은 작은 것은 접시만 했지만, 가치가 높은 큰 돌은 지름이 무려 3~4미터에 달하고 무게가 수 톤을 넘나들어 성인 남성 수십 명이 나무 막대기를 꿰어 간신히 들어 옮겨야 할 정도로 무식하고 거대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야프 섬 자체에는 이 돌을 만들 석회암 광산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19세기 태평양. 야프 섬의 원주민들이 뗏목 위에서 자신들의 화폐로 쓸 3미터짜리 거대한 돌 돈(라이, Rai)을 힘겹게 다듬고 있다.)

"이웃 섬 팔라우에서 캐온 이 3미터짜리 돌이 우리 가문의 가장 큰 재산이 될 거다! 조심해서 다듬어!"

(야프 섬으로 돌아오던 중 거대한 폭풍우를 만난다. 파도에 뗏목이 흔들리며, 그 거대하고 무거운 돌 돈이 시커먼 바닷속으로 속절없이 가라앉아 버린다.)

"으아악! 밧줄이 끊어졌다! 우리가 몇 달 동안 고생해서 만든 돌 돈이 바다에 빠져버렸어!!"

(간신히 살아남아 고향 마을로 돌아온 선원들. 마을 족장 앞에서 전 재산을 잃었다며 슬픈 표정으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다.)

"족장님, 죄송합니다. 가장 크고 아름다운 돌 돈을 캐왔지만, 폭풍우를 만나 그만 바다 깊은 곳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족장은 오히려 너그럽게 웃으며 자신의 머리(기억)를 가리킨다. 마을 사람들의 합의만 있으면 실물이 없어도 돈으로 인정된다는 선언이다.)

"슬퍼하지 마라! 우리 마을 사람들 모두가 너희가 그 돌을 캐느라 고생했다는 걸 안다. 그러니 그 바다 밑에 있는 돌은 여전히 너희 가문의 돈이 맞다!"

(원주민이 당당하게 상인에게서 거대한 돼지를 구매하며, 손가락으로 먼 바다를 가리킨다. 상인도 흔쾌히 그 보이지 않는 돈으로 결제를 수락한다.)

"이 크고 통통한 돼지를 사겠네. 결제는 알지? 저기 바다 밑 100미터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내 거대한 돌 돈의 소유권을 자네에게 넘기겠네!"

(이 섬에 도착한 서양의 탐험가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닷속의 돌을 화폐로 인정하며 물물교환을 하는 원주민들을 보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머리를 쥐어뜯는다.)

"오 마이 갓...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바닷속 돌멩이를 돈이라고 부르며 거래를 한다고? 이 섬 사람들은 미친 건가?!"

"서양인들의 눈에는 미개해 보였겠지만, 이 시스템이야말로 현대 금융의 총아인 '블록체인(Blockchain)'의 완벽한 역사적 원형입니다."

"중앙은행의 보증이나 실물 지폐는 필요 없습니다. 마을 사람 전체가 돌의 소유권 이동을 머릿속 장부에 똑같이 기록하고 공유하는 '분산 원장 기술'이니까요."

"돌을 캐느라 투입된 노동력은 비트코인의 '작업 증명(PoW)'과 같고, 보이지 않는 돌로 거래하는 것은 하드디스크 속의 '디지털 쪼가리'로 거래하는 것과 완벽히 동일합니다."

"명심하세요. 바닷속의 돌을 믿는 원주민을 비웃기 전에, 중앙은행이 허공에서 무한대로 찍어내고 스마트폰 액정 숫자로만 존재하는 '법정 화폐'를 맹신하는 당신의 모습부터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 실화 비하인드 스토리 해설 (Expert Column)

원주민들은 이 돌 돈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만 했습니다. 그들은 작고 위태로운 전통 카누에 몸을 싣고, 야프 섬에서 무려 400km나 멀리 떨어진 이웃 섬인 팔라우(Palau)까지 거친 태평양의 파도를 뚫고 노를 저어 가야 했습니다. 팔라우의 동굴에서 단단한 석회암을 원시적인 도구로 쪼고 다듬어 거대한 바퀴 모양으로 만든 뒤, 다시 그 무거운 돌을 카누에 싣고 야프 섬으로 귀환하는 이 험난한 여정은 말 그대로 '죽음의 항해'였습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 극도로 험난한 채굴 과정과 목숨을 건 운반 과정에서 투입된 막대한 노동력, 시간, 그리고 희생은 라이(Rai) 돌의 내재적 가치를 결정짓는 아주 완벽한 형태의 '작업 증명(Proof of Work, PoW)' 시스템이었습니다. 오늘날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엄청난 전력과 컴퓨팅 연산 능력을 소모하여 코인을 캐냄으로써 네트워크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동일한 경제적 메커니즘이 수백 년 전의 태평양 외딴섬에서 이미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서구의 탐험가들을 진정으로 소름 돋게 만들고 그들의 알량한 화폐 경제학 지식을 산산조각 낸 사건은 따로 있었습니다. 야프 섬의 한 부유한 가문은 과거 팔라우에서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아름다운 라이 돌을 캐어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끔찍한 열대성 폭풍우를 만나 그만 뗏목이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선원들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그들이 몇 달 동안 피땀 흘려 다듬은 수 톤짜리 돌 돈은 수심을 알 수 없는 시커먼 바다 깊은 곳으로 영원히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일반적인 자본주의 사회였다면 이 가문은 그날로 전 재산을 잃고 파산해야 마땅했습니다. 하지만 생존자들이 마을로 돌아와 족장과 원주민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놀랍게도 마을의 공동체는 회의를 열어 아주 경이로운 결정을 내립니다. "너희가 팔라우에서 그 거대한 돌을 캐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지 우리 마을 사람 모두가 인정한다. 비록 그 돌이 지금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저 깊은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하더라도, 그 돌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 소유권은 너희 가문에게 있는 것이 맞다!"

이 놀라운 사회적 합의(Consensus)가 이루어진 직후부터, 야프 섬에서는 경제학의 역사를 뒤집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바다에 빠져서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그 가상의 돌 돈을 화폐로 사용하여, 원주민들이 시장에서 가장 크고 살찐 돼지를 구매하고, 이웃집에 진 빚을 갚고, 심지어 자녀들의 혼수 자금(결혼 지참금)으로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입니다. 소유주가 바뀌면 그저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제 바다 밑에 있는 그 돌의 소유권은 나에게서 저 상인에게로 넘어갔소!"라고 선언하기만 하면 끝이었습니다. 화폐의 실물(Physical Asset)이 내 손에서 상대방의 손으로 넘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 전체가 각자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공동의 기억과 장부(Ledger)에 그 소유권의 이동 내역을 동시에 업데이트하고 보존했습니다. 누군가 이 돌을 이중으로 지불하려(Double-Spending) 시도하면, 장부를 공유하고 있는 수백 명의 마을 사람들이 "거짓말 마라! 그 돌은 지난달에 네가 돼지를 사느라 이미 정육점 주인에게 넘기지 않았느냐!"라며 즉각적으로 거래를 거부하고 사기를 막아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금융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혁명적인 기술,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창조해낸 비트코인의 핵심 개념인 '블록체인(Blockchain)'과 '분산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의 가장 완벽하고 순수한 역사적 원형입니다. 야프 섬의 원주민들은 중앙은행의 금고나 국가의 지급 보증이라는 알량한 권력의 개입 없이도, 오직 집단 지성과 상호 간의 합의(Consensus Algorithm)만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완벽한 P2P(Peer-to-Peer) 금융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명저 『사피엔스』에서 통찰했듯, 돈이라는 것은 결국 물리적인 실체가 아니라 인류가 머릿속에서 함께 만들어낸 '상호 주관적 현실(Intersubjective Reality)'이자 가장 성공적인 상상력의 산물일 뿐입니다. 돌이 창고에 있든 바다 밑바닥에 있든, 대중이 그 가치를 믿는다면 그것은 훌륭한 화폐로 작동합니다.

이 위대한 거시경제학적 실화가 현대의 스마트폰과 디지털 금융에 갇혀 사는 오만한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팩트 폭격은 몹시 서늘하고 묵직합니다. 여전히 많은 대중들과 기득권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실체가 없는 가짜 돈이기 때문에 사기극에 불과하다"며 비웃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반문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은행 계좌 스마트폰 액정에 찍혀 있는 '원화'나 '달러'의 잔고는 물리적인 실체가 존재합니까? 그것 역시 그저 은행 데이터베이스의 서버 하드디스크에 기록된 '디지털 쪼가리 숫자'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오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나 중앙은행이 아무런 작업 증명이나 노력의 투입 없이 컴퓨터 키보드 엔터키 클릭 한 번으로 허공에서 무한대로 돈을 찍어내어 당신의 구매력을 도둑질하는 현대의 법정 화폐(Fiat Money) 시스템보다, 바다 밑에 가라앉은 돌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웃의 소유권을 정직하게 기록해주었던 19세기 야프 섬 원주민들의 보이지 않는 화폐 시스템이 경제학적으로 훨씬 더 건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진짜 돈(Hard Money)이었음을 역사는 차갑게 웅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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