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눈부신 경제적 번영을 누렸으며, 비옥한 토지와 발전된 농업 인프라 덕분에 '아프리카의 빵 바구니(Breadbasket of Africa)'라고 칭송받던 국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며 이 국가는 인류 경제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기괴한 거시경제학적 재난의 대명사로 전락하고 맙니다. 바로 살인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으로 인해 국가의 화폐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붕괴해버린 '짐바브웨(Zimbabwe)'의 이야기입니다. 이 비극적인 촌극의 중심에는 장기 집권을 위해 국가 경제의 기초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맞바꾼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 대통령의 치명적인 정책 실패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무가베 정권은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다지기 위해 백인 상업농들이 소유하고 있던 비옥한 농장들을 강제로 몰수하여 농업 경험이 전무한 흑인 참전용사들과 정치적 측근들에게 무상으로 분배하는 급진적이고 폭력적인 토지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2000년대 짐바브웨. 텅 빈 국고 앞에서 오만한 독재자가 조폐국 직원들에게 당당하게 돈을 무한대로 찍어내라고 명령하고 있다.)
"나라에 빚이 많고 공무원 월급 줄 돈이 없다고? 그럼 조폐국에서 돈을 무한대로 찍어내면 되잖아!"

(거대한 공업용 인쇄기들이 굉음을 내며 산더미 같은 짐바브웨 달러 지폐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다.)
"기계를 24시간 풀가동해라! 돈이 부족하면 0을 더 붙여서 계속 찍어내!"

(시장에 나온 평범한 짐바브웨 시민이 계란 한 알에 '10억 달러'가 적힌 가격표를 보고 경악하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말도 안 돼! 어제까지 1천만 달러였던 계란 한 알이 오늘은 10억 달러라고?!"

(절망한 시민들이 빵 한 덩어리를 사기 위해 산더미 같은 지폐 다발을 나무 수레에 가득 싣고 빵집 앞으로 밀려들고 있다.)
"여기 50억 달러 가져왔소! 제발 가족들이 먹을 빵 한 덩어리만 주시오!"

(식당에서 밥을 먹던 시민이, 밥을 다 먹고 나자 웨이터가 가져온 영수증의 가격이 그새 두 배로 뛰어오른 것을 보고 공포에 질린다.)
"아니, 밥을 다 먹고 나니까 식대가 그새 두 배로 올랐다고요?! 불과 30분 전이잖아!"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이 되자, 정부는 아예 0이 14개 붙은 역사상 최악의 지폐 '100조 달러' 지폐를 발행하고 독재자가 이를 자랑스레 치켜든다.)
"지폐를 수레에 싣고 다니기 힘들다고? 자, 여기 한 장으로 끝나는 100조 달러 지폐를 주노라!"

(100조 달러로도 버스조차 탈 수 없게 되자, 짐바브웨의 아이들이 흙바닥에 앉아 가치가 없어진 벽돌 같은 지폐 뭉치로 성을 쌓으며 장난감처럼 놀고 있다.)
"종이학 접는 것보다 돈으로 성 쌓는 게 더 재밌어! 어차피 휴지보다 싸잖아!"

"국가의 신용이 증발하는 순간, '법정 화폐(Fiat Money)'라는 환상이 얼마나 끔찍하게 찢겨 나가는지 보여주는 역사입니다."

"무능한 정부가 생산성 없이 종이돈만 윤전기로 찍어낼 때, 화폐는 그저 잉크가 묻은 더러운 휴지 조각으로 전락합니다."

"명심하세요. 정부가 무한정 돈을 찍어내어 일으키는 '인플레이션'은, 가난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구매력을 은밀하게 훔쳐 가는 가장 비열하고 교활한 세금입니다."

📖실화 비하인드 스토리 해설 (Expert Column)
이 무지한 탁상행정의 대가는 즉각적이고 처참했습니다. 농업 생산성은 그야말로 바닥을 뚫고 곤두박질쳤고, 농산물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짐바브웨의 외환 보유고는 순식간에 말라붙었습니다. 수출길이 막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자본을 모두 철수하자, 국가 재정은 파탄 상태에 직면했습니다. 정부는 군인과 공무원, 그리고 정권의 핵심 지지층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방만한 국정 운영 자금을 마련해야 했지만, 경제가 멈춰버린 탓에 세금을 거둘 길이 없었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짐바브웨 중앙은행 총재였던 기디언 고노(Gideon Gono)와 무가베 정권은 경제학의 가장 금기시되는 최후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히고 맙니다. 바로 중앙은행의 윤전기를 24시간 풀가동하여 아무런 실물 자산이나 생산성의 뒷받침 없이 그저 종이돈(짐바브웨 달러)을 무한대로 찍어내어 재정 적자를 메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돈이 조금 흔해졌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통화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자 화폐의 구매력은 벼랑 끝으로 추락했습니다. 짐바브웨의 물가 상승률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가속 페달을 밟았습니다. 2008년에 접어들면서 인플레이션율은 공식적으로 연간 2억 3천만 퍼센트(231,000,000%)를 돌파했고, 일부 경제학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전성기에는 무려 897해 퍼센트(89.7 Sextillion %)라는, 수학적으로 인간의 뇌가 인지조차 할 수 없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물건의 가격이 24시간마다 두 배로 뛰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아침에 빵 한 덩어리를 사기 위해 커다란 나무 수레에 지폐 뭉치를 산더미처럼 싣고 가야만 했으며(이른바 수레 인플레이션), 식당에서 밥을 먹는 도중에 메뉴판의 가격이 바뀌어 식대를 두 배로 지불해야 하는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이 매일 벌어졌습니다. 심지어 지폐를 인쇄하는 데 들어가는 종이와 잉크 값이 지폐의 액면가보다 비싸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짐바브웨 정부는 이 상황을 타개한답시고 지폐 끝에 붙은 0을 떼어내는 화폐 개혁(리디노미네이션)을 수차례 단행했지만, 근본적인 통화 남발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 미친 듯한 인플레이션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짐바브웨 중앙은행은 2009년 초,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100조 달러(100 Trillion Dollars, 0이 14개 붙은 지폐)'라는 전무후무한 고액권을 정식으로 발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어마어마한 단위의 100조 달러 지폐 한 장으로도 당시 수도 하라레에서 시내버스 티켓 한 장조차 살 수 없었고, 고작 계란 반 알을 살 수 있는 처참한 가치에 불과했습니다. 길거리의 아이들은 휴지보다 저렴해진 지폐 뭉치를 흙바닥에서 장난감 블록처럼 가지고 놀았고, 상인들은 짐바브웨 달러를 받는 것을 전면 거부하며 미화 달러(USD)나 식료품을 통한 물물교환만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2009년, 짐바브웨는 자국 화폐의 발행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 달러와 남아공 랜드화를 법정 통화로 차용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며 자국 화폐 시스템의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 참혹한 실화가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거시경제학적 팩트 폭격은 살벌할 정도로 명확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법정 화폐(Fiat Money)'는 금이나 은 같은 실물 자산으로 태환되지 않는, 오직 '국가의 신용과 통제력'이라는 집단적 환상(Trust)에만 의존하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포퓰리즘이나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생산성의 향상 없이 윤전기를 돌려 화폐 공급량을 무한정 늘리는 순간(현대화폐이론 MMT의 남용), 그 대가는 필연적으로 돈의 가치 하락, 즉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옵니다. 저명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말처럼,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도 국민에게 매길 수 있는 가장 교활하고 폭력적인 세금"입니다. 부동산이나 금 같은 실물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채 오직 땀 흘려 번 종이돈(현금)만을 믿고 저축하는 성실하고 가난한 서민들의 구매력은, 윤전기가 돌아가는 그 순간에도 눈에 보이지 않게 실시간으로 훔쳐지고 증발해 버린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