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군이 타조(에뮤) 사촌에게 패배한 날,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의 대가

1932년 호주 서부,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출신 농부들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무려 2만 마리에 달하는 거대한 호주 특산 조류 '에뮤' 떼가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던 중 밀밭을 말 그대로 쑥대밭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울타리를 박살 내고 작물을 거덜 내는 이 ‘깃털 달린 메뚜기 떼’에 대응하기 위해 농부들은 호주 국방부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1932년 호주, 에뮤 떼가 밀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자 한 농부가 분노하며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메러디스 소령이 루이스 기관총에 손을 얹고 농부들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다.)

새대가리들은 내가 치우지.

(호주 군대가 출동했지만, 들판에는 에뮤 떼가 평화롭고 멍청한 표정으로 풀을 뜯고 있다.)

뺙?

(메러디스 소령이 땀을 흘리며 기관총을 난사하지만, 에뮤들은 엄청난 속도로 총알을 피하며 흩어진다.)

타타탕! 다 죽어라!

(에뮤 한 마리가 군용 트럭 옆을 시속 50km로 거뜬히 앞질러 뛰어가며 소령을 조롱하듯 쳐다본다.)

너무 빠릅니다!

(기관총은 고장 나고, 트럭은 퍼졌으며, 메러디스 소령은 좌절한 채 주저앉아 있다. 멀리서 에뮤 떼가 승리한 듯 걸어간다.)

우리가 졌다...

정규군이 새한테 지다니.

전형적인 과신 오류지.

총알만 만 발 날렸지.

네 계좌도 똑같잖아?

실화 비하인드 스토리 해설 (Expert Column)

1932년 호주 대륙의 서부 캄피온(Campion) 지역에서 벌어진 소위 '에뮤 전쟁(The Great Emu War)'은 인류 역사상 가장 코미디 같은 군사 작전이자, 경제학과 공공정책의 관점에서 볼 때 완벽한 '자원 배분 실패'와 '보여주기식 행정'의 표본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호주 정부는 참전 용사들에게 서호주의 척박한 땅을 나누어주며 밀 농사를 짓게 했습니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이 덮치며 밀 가격은 폭락했고, 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마저 지급되지 않으면서 농부들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서식지를 이동하던 무려 2만 마리의 에뮤 떼가 농부들의 밀밭을 습격했습니다. 키가 2미터에 달하고 시속 50km로 달리는 이 거대한 새들은 울타리를 박살 내고 밀밭을 초토화시켰습니다. 극도의 분노와 절망에 빠진 농부들은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고, 당시 호주 국방장관이었던 조지 피어스(George Pearce) 경은 어처구니없게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규군 파견'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는 에뮤를 퇴치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사실상 경제난에 분노한 농부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정부가 "강력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형적인 정치적 쇼(Political Theater)에 불과했습니다.

메러디스 소령이 이끄는 왕립 포병대 소속 병력은 루이스 기관총 두 정과 총알 1만 발을 챙겨 당당하게 출병했습니다. 그들은 멍청해 보이는 새들을 향해 방아쇠만 당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습니다. 총소리가 울리는 순간, 2만 마리의 에뮤 떼는 본능적으로 작은 그룹으로 산개하여 전속력으로 도망쳤습니다. 기관총의 화망을 피하는 그들의 회피 기동은 게릴라 전술을 방불케 했으며, 튼튼한 깃털은 자연의 방탄조끼 역할을 했습니다. 트럭에 기관총을 매달고 추격전까지 벌였으나, 울퉁불퉁한 험지에서 트럭은 고장 나고 총의 조준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한 달여간의 작전 끝에 군대가 소비한 총알은 약 1만 발에 달했지만, 사살한 에뮤는 고작 수백 마리에 불과했습니다. 에뮤 한 마리를 잡는 데 무려 10발 이상의 기관총 탄환을 낭비한 셈입니다. 작전은 대실패로 끝났고, 언론은 '에뮤의 승리'라며 군대를 조롱했습니다. 메러디스 소령은 "이 새들은 줄루족(아프리카의 용맹한 전사 부족)의 전술을 쓴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 우스꽝스러운 역사적 사건은 현대 경제학과 투자 시장에 매우 뼈아픈 교훈을 던져줍니다. 첫째, 복잡한 시스템의 문제를 단순한 '물리력'으로 해결하려는 오만함입니다. 에뮤 떼의 습격은 생태계의 이동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된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를 기관총이라는 단선적인 수단으로 해결하려 한 것은, 마치 현대 정부가 인플레이션이라는 복잡한 거시경제적 현상을 해결하겠다며 무작정 '물가 통제령'을 내리거나 특정 기업들을 압박하는 것과 완벽히 일치합니다. 시장의 생리와 자본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규제의 칼(혹은 기관총)만 휘두르는 정책은 언제나 시장의 '산개 기동(자본 유출 및 암시장 형성)'에 농락당하며 귀중한 탄약(세금 및 행정력)만 낭비하게 됩니다.

둘째, 인센티브 설계의 중요성입니다. 군대가 철수한 후, 에뮤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한 것은 멍청한 군사 작전이 아니었습니다. 호주 정부는 결국 각 농가에 강력한 차단 울타리(Exclusion Fence)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에뮤 사냥에 대한 '현상금(Bounty)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시장의 주체인 농부들과 사냥꾼들이 스스로 이익을 좇아 효율적으로 움직였고, 에뮤의 개체수는 자연스럽게 통제되었습니다. 외부에서 개입하는 막강한 군대보다, 현장에서 이익과 손실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개인들에게 올바른 '인센티브'를 쥐어주는 것이 훨씬 더 완벽하고 경제적인 해결책이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정책 입안자들과 섣부른 투자자들은 자신이 쥔 '기관총'의 위력을 과신하며 시장이라는 거대한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에뮤 떼처럼 예측 불가능하며, 생존을 향한 본능적인 기동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이 당면한 문제가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인지, 아니면 단순한 화력 부족인지 헷갈린다면,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당신의 총알 개수부터 먼저 세어보시길 바랍니다. 무지한 자의 헛발질은 결국 탄약고를 거덜 내고 시장의 비웃음만을 살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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