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2차 세계대전의 승리로 이끈 위대한 총리이자,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한 불세출의 영웅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정치와 문학, 전략에 있어서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였지만, 금융 시장 앞에서는 철저하게 발가벗겨진 하룻강아지에 불과했습니다. 이 뼈아픈 실화는 1929년 가을, 미국 월스트리트를 덮친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의 시작점인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과 궤를 같이합니다.
(1929년 가을, 뉴욕 월스트리트. 자신만만한 표정의 윈스턴 처칠이 시가를 물고 월스트리트에 입성하며 승리감에 젖어 있다.)
"하하! 며칠 단타 쳐보니 미국 주식, 별거 없구만!"

(처칠이 월스트리트 브로커의 사무실에서 서류에 서명하고 있다. 브로커가 교활하게 웃으며 레버리지(신용 미수) 투자를 권유한다.)
"내 이름값 알지? 빚내서 10배 레버리지로 미수 몰빵 가자고!"

(1929년 10월 24일 '검은 목요일'. 증권 거래소 안이 아수라장이 되고, 사람들이 절규한다. 처칠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주가 종이 테이프(Ticker tape)를 보며 사색이 되어 있다.)
"아니... 며칠 만에 내 주식이 왜 이래?! 반토막이 났잖아!"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브로커가 처칠에게 청구서를 내민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발생하여 전 재산이 날아간 상황)
"마진콜이라고?! 원금을 다 까먹고 빚이 생겼다고?!"

"파산이다... '검은 개(우울증)'가 내 영혼을 덮쳤어..."

"주식 빚 갚으려면 쉬지 않고 글을 써야 해... 타이핑 멈추면 죽는다!"

"훗,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영웅의 처참한 '주식 깡통' 실화군요."

"이것이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Leverage)'의 진짜 얼굴입니다. 오를 땐 마법이지만, 내릴 땐 사형 선고죠."

"정치판에서는 천재일지 몰라도, 금융 시장은 당신의 권력이나 직함을 봐주지 않습니다."

"명심하세요. 오만함으로 '빚투(빚내서 투자)'를 한 대가는, 늙어 죽을 때까지 타자기를 두드리는 혹독한 노동뿐입니다."

📖 실화 비하인드 스토리 해설
[세계사의 영웅을 파산시킨 1929년 대공황, 그리고 레버리지의 저주]
1929년 8월, 재무장관직에서 물러난 처칠은 북미 강연 여행을 떠납니다. 당시 미국 주식 시장은 이른바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의 정점을 찍으며 끝없는 거품(Bubble)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거물 버나드 바루크(Bernard Baruch) 등과 어울리며 주식 시장의 달콤함에 빠진 처칠은, 정치에서 발휘하던 특유의 승부사 기질과 오만함을 주식 계좌로 그대로 가져옵니다.
그의 결정적인 패착은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과신 오류(Overconfidence Bias)'와 자본주의의 독이 든 사과인 '레버리지(Leverage, 신용 미수)'의 결합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주식 시장은 자기 자본의 10%만 있어도 나머지 90%를 브로커에게 빌려 주식을 살 수 있는 광기의 미수 거래가 판을 쳤습니다. 스스로의 판단력을 과신한 처칠은 막대한 빚을 끌어다 주식에 몰빵(올인)했습니다. 오를 때는 10배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주가가 10%만 빠져도 원금이 전액 소멸하고 빚더미에 앉게 되는 극단적인 벼랑 끝 전술이었습니다.
그리고 1929년 10월 24일, 거짓말처럼 시장이 붕괴했습니다. 주가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브로커들은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 투자자들의 주식을 강제로 하한가에 팔아버리는 '마진콜(Margin Call, 추가 증거금 요구 및 반대매매)'을 실행했습니다. 월스트리트에 체류 중이던 처칠은 객장에서 자신의 전 재산이 휴짓조각이 되고 수십만 달러(현재 가치로 수십억 원 이상)의 막대한 빚이 생기는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처칠은 경제적 파산은 물론 끔찍한 정신적 붕괴를 경험합니다. 그는 평소 우울증을 '검은 개(Black Dog)'라고 불렀는데, 주식 깡통 이후 이 검은 개가 그의 영혼을 완전히 집어삼켰습니다. 한때 대영제국의 재무장관이었던 그는 엄청난 채무를 갚기 위해 죽기 살기로 돈을 벌어야만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나이 60을 바라보는 시점에 미친 듯이 책을 쓰고 신문 칼럼을 연재하며 엄청난 다작(多作)을 남길 수밖에 없었던 원동력은 바로 '마진콜로 인한 빚'이었습니다. (이때의 필사적인 글쓰기가 훗날 노벨 문학상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점은 역사의 기막힌 블랙 코미디입니다.)
이 처절한 실화가 현대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팩트 폭격은 몹시 차갑고 묵직합니다. 당신이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뛰어난 지능을 가졌든, 얼마나 높은 직위에 있든, 심지어 국가를 구한 영웅이라 할지라도 자본 시장은 당신의 이력서를 읽어주지 않습니다. 특히 타인의 자본을 빌려 베팅하는 '빚투'는 시장의 작은 변동성(Volatility) 앞에서도 투자자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멘탈을 붕괴시킵니다. 자신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의 대가는, 처칠처럼 평생 빚에 쫓겨 타자기를 두드리는 가혹한 자본주의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뿐입니다.







